내안의 필름 2010. 3. 21. 23:28

굿바이 칠드런 Au Revoir les enfants






영화의 어떤 특정한 장면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 한 컷만으로도 영화의 의미와 흐름을 유추할 수 있을만큼 상징적이라서, 혹은 평범해 보일지라도 시선을 끌만한 구석이 있어서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고 싶을때가 있다.  <굿 바이 칠드런>의 이 장면은 거의 후자에 속할것이다. 더불어 슈베르트의 '악흥의 순간' 이 오버랩 된다는 점에선 전자에도 해당된다.

중학교의 피아노 레슨시간, 줄리앙은 피아노를 치면서 자꾸 음이 틀리고 선생님에게 걱정스런 소리를 듣고 나간다. 그 뒤에 들어온 보네는 앉자마자 악보에 맞춰 완벽하게 슈베르트를 연주한다. 선생님은 점점 놀라와 하며 흐믓한 표정으로 보네를 바라보고 줄리앙역시 놀라지만 한편으론 재수없는 녀석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동급생인  이 두 아이들은 아직은 서로에 대해 잘 모른다. 겨울방학이 끝나고 학기 초 전학 온 보네에게 줄리앙은 호기심을 느끼지만  말 수가 적고 범생이같은 그가 조금은 어렵다. 기숙생활이다보니 자주 마주치고 친해 질 수 있는 기회가 여러번 있었는데도 두 아이들은 좀체로 서로의 거리를 줄이지는 못한다. 그 나이 또래의 남자아이들이란 주먹다짐을 하다가고 금새 풀어지고 사소한 일로 상대방을 거슬리기도 하는 법이니까. 보네와 줄리앙의 관계역시 그런식으로 매번 틀어지곤 한다. 피아노 연주가 서툴러서 자꾸 잘못 치는 음처럼 그 둘의 사이도 그때까지는 그랬었다. 마음이 쓰이고 끌리는데도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면 뭔가가 자꾸만 어긋나는 사람들처럼.  

영화의 후반부엔 또 다른 피아노 연주장면이 나온다. 피아노 연습을 하던 두 친구가 어느 순간 마음이 맞아서 같이 신나게 피아노를 치는 장면이다. 두 사람의 표정도 모처럼 밝고 구김이 없다. 마침내 한 발자국 서로에게 다가섰구나 하는 그런 느낌을 주는 장면이었다.
몇 년 전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  감독겸 시나리오를 쓴 루이 말이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고백하면서 책표지에 쓴 글이 있다. 그 글을 옮겨보는 것으로 이 영화에 대한 나머지 이야기를 대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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