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안의 필름 2010. 2. 16. 00:23

플루토에서 아침을 Breakfast On Pluto




" 난 단순히 길 위를 달리는게 아니야. 현자와 함께 길 위를 여행중이지.
 수많은 별을 유람하고 화성을 여행하고 플루토(명왕성)에서 아침을 먹을거라고.."

 36개의 CHAPTER로 이루어진 패트릭 키튼의 인생과 여정을 담은 영화.
 친엄마가 성당 문 앞에 버린 패트릭은 신부님의 손에 의해 남의 집 입양아로 들어간다. 
 양엄마의 구두와 원피스, 그리고 립스틱을 좋아하는 이 아이는 자신이 남자가 아니라
 여성으로서만 존재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양부모나 이웃들은 용납하지 않는다.
 호모나 변태취급받으면서 어느덧 성년기에 이른 키튼은 어느날 양아버지로부터 자기를 
 낳아준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녀의 이름은 아일린 버긴인데
미치 게이너를 닮았고 
 금발이라는 것. 언젠가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 그녀를 보다가 놓쳐버렸다며 
 런던이 그 빼어난 미녀를 삼켜버렸노라고..  
 그때부터 키튼은 엄마라는 말 대신 '런던이 삼켜버린 유령숙녀' 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엄마라는 말보단 그 편이 덜 슬프니까.  그리고 그 '유령숙녀'를 찾아 런던으로 떠난다.   
   
버림받은 아이, 게다가 성적 소수자의 운명을 걷게 된 키튼의 이야기는그와 비슷한 주제를
담은
다른 영화들에 비해 덜 심각해보인다. "난 심각한 건 딱 질색"이라는 영화 카피처럼
이 영화가 가는 방향은 가볍고 당당한 쪽이다. 여자가 되고싶은 키튼은 당연히 이해받지 못하고
따돌림당하지만 그의
반응은 지극히 단순하고 순수하다. 슬픔과 아픔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그가
택한 것은 나 생긴대로
행동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때문에 애걸도 저항도 하지 않으며
그것을 수치스러워 하지도
버리지도 않는다. 그의 장난끼 어린 웃음과 마음가는대로 하는 행동들은 
극한 상황들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무기인 셈이다. 무겁고 질식할 것 같은 세상을 향한
가벼움이야말로 키튼의 성향이고 캐릭터이자
동시에 이 영화의 매력(노선)이기도 하다. 

매력이라는 단어를 언급한 이상  킬리언 머피라는 배우를  빼놓고 이야기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가 영화의 주연이래서라기 보다는 (요즘은 주인공을 능가하는 조연도 많다) <플루토..>는 킬리언
머피의 영화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킬리언이 키튼을 너무 잘 연기해서 캐릭터가 살아난게 아니라 

키튼이라는 인물이 킬리언이라는 배우을 만났기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결국 같은
의미가
된다고 할지라도 그 두가지 표현은 다른 뉘앙스를 가지고 있으므로. 킬리언이 아닌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패트릭
키튼은 상상이 안된다는 말로 대신해야겠다. 다른건 다 차치하고라도 스카이블루에
가까운 그의 눈동자를
어찌 잊을 수 있으리오. 사진으로 보면 평범함에 가까운 외모인데도 순수함과
비열함, 선함과
사악함, 남성과 여성이 혼재해 있는 것 같은 분위기, 적어도 영화나 연극안에선 그
경계선을 넘나들수 있을 것 같은 배우다. 

 
* <플루토..>를 보는 즐거움중의 하나는 바로 음악이다! 인상적인 오프닝곡, 슈가 베이비 러브
sugar baby love를 비롯해서 무려 40여곡의 60-70년대 올드팝이
배경음악으로 등장한다.
'유령숙녀'를 찾아가는 키튼의 파란만장한 여정에
동반하는 옛노래들은 영화의 시대배경에 걸맞는
선택이면서 헌정이기도 하다.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음악이 귀에 감기고 키튼의 행적을 쫓다보면
런닝타임 128분이 어느새 지나갔구나 싶어진다.
 

 


기본정보: 코미디 | 영국 아일랜드 |  2007.04.05
감독: 닐 조단
주연: 킬리언 머피, 리암 니슨, 스티븐 레아, 브렌단 글리슨
관람등급: 15세이상가
시간: 128 분
별 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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