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안의 필름 2009. 8. 24. 21:50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Buena Vista Social Club





Road Movies Filmproduktion presents
Buena Vista Social Club
Directed by 
Wim Wenders
Produced by Ry Cooder
Musicians (in alphabetical order)
Octavio Caldero
Joachim Cooder
Ry Cooder
Angel Terry Domesch
Ibrahim Ferrer
Ibrahim Ferrer Jr.
Manuel Galbán
Roberto García
Hugo Garzón
Carlos González
Juan de Marcos González
Rubén González
Pío Leyva
Manuel "Puntillita" Licea
Orlando "Cachaíto" López
Manuel "Guajiro" Mirabal
Eliades Ochoa
Gilberto "Papi" Oviedo
Alejandro Pichardo
Yanko Pichardo
Omara Portuondo
Jesus "Aguaje" Ramos
Salvador Repilado
José Antonio Rodríguez
Compay Segundo
Benito Suárez
Barbarito Torres
Aradito Valdés
Roberto "Virgilio" Valdés
Lázaro Villa

이 영화의 리뷰는 오래도록 미루어져 왔었다. 그러니까 대략 8년전,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이 한국에 개봉되던 2001년, 그 해 영화를 보려했지만 어쩌다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난 보고픈 영화를 놓치기 잘하고 늘 뒤늦게서야 찾아보는 경우가 빈번하다, 어쨋든 뒷북일망정 꼭 보게는 되더라) 상영관에서의 유효기간은 다 지나가고 말았다. 뭐 언젠가는 보게 될꺼야 라고 생각하니 그 다음엔 오히려 영화보다 음악에 더 관심이 갔다. 그 후 출시된 음반을 냉큼 구입해서 그 해 여름내내 들고 다녔었고 몇 해를 주기적으로  OST를 듣곤 했다. DVD역시 나오자마자 구입했지만 이제껏 영화를 틀진 않았다. 굳이 이유를 대자면 이 영화는 꼭 극장에서 스크린을 통해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음악은 제목부터 맴버들 이름까지 거의 다 알고 있었지만 정작 빔 벤더스와 라이 쿠더의 손과 발품으로 만든 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기까지는 무려 8년을 기다려야 했다.

2009년 8월 12일 수요일 씨네큐브 저녁 8시 40분 마지막 횟차를 이번엔 다행히 놓치지 않았다.

음악은 너무도 귀에 익은 곡들이었고, 라이 쿠더나 이브라임 페레, 루벤 곤잘레스, 콤파이 세군도 역시 친근한 이름들었으므로 첫 장면부터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장소, 그 곳의 지인들을 찾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영화는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콘서트 실황장면과 <부에나비스타소셜크럽> 맴버들 한 사람 한 사람들의  인터뷰 과정이 순차적으로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이를테면 무대위에서 노래하는 이브라임 페레의 모습이 비춰지고 그 다음엔 쿠바에서 진행된 그의 인터뷰 내용이 이어진다. 그 다음은 또 다른 맴버들식으로. 단순한 구성과  편안한 분위기속에서 뮤지션들의 음악과 삶을 기억하고 노래한다.  모든 다큐가 그렇듯 그 안엔 진실(혹은 진솔함)을 향한 애정과 열정이 깃들어 있지만 오버해서 불편해지는 일은 없다. 음악자체를 좋아하고 그 즉흥성을 즐길 줄 알고 그래서 삶의 절반 이상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그들, 그 사람들의 이야기와 에피소드, 추억들로 충만하다. 쿠바 음악에 매료되어 '환영받는 사교클럽' 이라는 뜻을 지닌 <부에나..>의 옛 맴버들을 찾아  하바나를 향해 길을 떠나는 라이 쿠더와 그의 아들 요하임 쿠더의 여정을 보면서 '모터 싸이클 다이어리' 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다. 강열한 블루와 오렌지의 대비, 그리고 갈색빛으로 터질것같은 쿠바의 풍광은 분명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이다.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의 맴버들은 모두 다 뛰어난 뮤지션이고 주인공들이지만 그들 중 4사람을 소개해 본다.

이브라임 페레, 구두를 닦다가 노래를 하게 되었다고 어린시절을 회상하는 이 노인의 눈빛은 어찌나 똘망똘망한지 마치 어린아이의 순진한 눈빛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물기가 어린듯한 눈빛처럼. 암스테르담 공연의 성공덕분에 이루어진  카네기홀 공연을 위해 미국을 난생 처음 여행하면서  그 고마움을 라이 쿠더에게 돌리며 정말 아이같이 기뻐하던 모습, 오래도록 기억할듯..












꼼빠이 세군도, 이 분은 무려 1907년생!! 맵버들중 가장 어른신이다. 하지만 아흔이 넘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노익장을 보여주신다. 보컬과 기타연주는 물론이고 그 기억력과 말빨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아직도 여인과의 사랑을 꿈꾼다며 인터뷰에서 "여인과의 하룻밤 사랑은 이세상 어느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 이라고 말 하는데 정말 이분이라면 평생 그런 사랑을 했을듯. 몇 년전 작고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루벤 곤잘레스는 피아니스트이다. 왠지 한때 천재 피아니스트라는 소리를 들었을 것 같은 분위기의 소유자다. 랍비같기도하고 과학자같이 보이기도 하고 연약함과 강단이 동시에 느껴지는 신비로운 사람. 그런데 실제로 그는 어렸을적부터 매우 탁월한 재능을 지닌  피아니스트였고 동시에 의학을 공부하는 의학도였다. 낮에는 의사로서 밤에는
피아노 연주자로서의 삶을 꿈꾸었지만 워낙 쿠바음악에 대한 애정이 넘쳤는지라 결국 의대를 그만두고 하바나로 가서 쿠바음악을 전공하는 뮤지션이 된다. 그 후로 곤잘레스만의 독특한 스타일의 피아노연주를 터득했고 쿠바음악의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지만 노년에 이르러선 관절염때문에 피아노연주를 전혀 할 수 없었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라이 쿠더의 <부에나..>프로젝트에 참여 일흔 일곱이라는 나이에도 놀라울만큼 역동적이고 생생한 피아노 선율을 들려준다.



오마라 포르토운도,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의 디바, 맴버중에서 가장 젊고 매력적인 할머니다. 쿠바의 거리를 활보하는 그녀는 젊은 아가씨적의 생기발랄함을 잃지 않았다. 그 나이에도 사랑과 열정이 어색하지 않은 여인. 영화속에선 이브라임 페레와 듀엣으로 부루는 장면이 여럿 나온다. 

* 지금 흐르는 음악은 꼼빠이 세군도와 오마라 포르토운도가 함께 부르는 'Veinte Anos'(베인떼 아뇨스)이다. 중독된 고독이라는 뜻이란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음반의 7번째 트랙이며 가장 즐겨 들었던 음악중의 하나이다.




또 하나의 시선 2009. 8. 13. 23:05

8월의 밤-거인


La Nuit d'Aout, Le Geant

2009년 8월 12일 저녁 8시경 광화문
by Sanyo XactiJ4  무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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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음악들 2009. 8. 12. 00:53

바통이어받기- 음악적 취향 5문 5답


우연님댁에 놀러갔다가 '음악적 취향' 이라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포스트를 재미나게 읽어내려갔었죠.
클래지콰이의 알렉스와의 특별한 기억까지 매우 흐믓해하면서 읽다가 갑자기 바통을 이어받을 분 하면서 저를 지목하시기에 이게 왠일? 했습니다. (^^;;) 그러고보면 예전에 엠블에 있을때 이렇게 무슨무슨 문답30개니 20개니 하는 놀이를 바톤 터치하면서 올리곤 했었잖아요. 괜히 그때의 기억도 나고  내 음악적 취향은 뭐래? 진단도 함 해보고 싶어서요.

그런데 제 음악적 취향은 완전 잡식성인 것 같아요.

예전엔 엠피쓰리로 음악도 많이 듣곤 했는데 귀가 아프고 나선(한동안 이명현상때문에 꽤 고생했었고 지금도 좀 조심해야 하기에) 그냥 스피커로만 듣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전보다 양적으로 음악을 많이 듣게 되지는 않아요. 하지만 저녁 늦은 시간 블로깅이나 인터넷하면서 듣는 음악들이 하루의 위안이 되는 때가 많아요.



자... 그럼 이제부터 우연님의 바톤을 이어받아  '나의 음악적 취향 5문 5답'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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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글 사이 2009. 8. 9. 02:46

폴 오스터/ 왜 쓰는가?



Paul Auster의 자전적인 글모음집 이라고 말 할 수 있는 이 책자는 한 시간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분량(총 101쪽)이다. 책의 크기는 일반판형보다 가로세로가 2센티미터 작은 판형인데 파스텔톤의 겉표지를 벗기면 작가의 캐리커쳐가 그려진 빨강색 속표지가 드러난다. 책을 꾸민 모양새는 조금 더  독특해 보인다. 일단 이 책은 접착제가 아닌 실로 꿰매어 제본하는 전통적인 사철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책을 펼치면 빨강색 가로줄이 그어진 여백안에 역시나 독특한 서체(초등학생이 또박또박 종이위에 직접 글을 쓴 것 같은 효과를 주는)가 눈에 들어온다.  모두 7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책은 오래된 일기장안에 폴 오스터가 직접 자신의 이야기들을 써 내려 간 듯한 분위기마져 든다. 어쨋든 책의 첫 인상은 그랬다.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열린책들 펴냄



목차를 보면

'뉴욕'지의 질의에 대한 답변
왜 쓰는가?
언젠가 우리 어머니한테 일어난 일이 생각난다네......
<찰스 번스타인>이라는 말이 들어 있는 25개의 문장
낱말 상자
살만 루슈디를 위한 기도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에게 보내는 탄원서

글쓰는 걸 업으로 삼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스스로 묻게 되거나 질문을 받게 될 당신은 '왜 쓰는가?" 에 대한 7개의 답변이 될 수도 있겠다.  폴 오스터는 자신 혹은 타인의 삶으로 찾아든 기이한 우연과 사건 그리고 인연들을 이야기로 풀어낸다. 1947년생인 그가 1950년대에 유년기를 보내며 당시 평범한 미국 아이들이 그랬듯 야구에 열광하고 뉴욕 자이언트 팬이었다는 건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어느날 메이저 리그 경기를 보러갔다가 그가 "누구보다도 위대하고 누구보다도 완벽하고 누구보다도 존경스러운" 선수, 윌리 메이스를 우연히 만나는 장면까지도 그랬다.감격스러움과 기쁨에 겨우 용기를 내어 "메이스 씨, 사인 좀 해주시겠어요?" 라고 말할때 까지도 말이다. 그런데 그 기막힌 순간 여덟살의 폴은 그의 사인을 받지 못한다. 하필 그는 연필이 없었고 동행한 부모님도 연필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며 윌리 메이스의 호주머니에도 연필은 들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윌리 메이스는 어둠속으로 사라졌고 어린 폴은 인생의 첫 시험에서 완벽하게 낙제하고 말았다. 어쩌겠는가? 그는 겨우 여덟살이었고 집으로 가는 동안 내내 울 수 밖에 없었다. 어쨋든 그 날 이후로 폴은 어디에나 연필을 가지고 다니기 시작한다. 연필은 그에게 가장 큰 실망을 안겨준 장본인이지만 바로 그 연필때문에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언제 어디서든 항상 연필을 휴대하고 다니면서 남의 사인을 구하는 대신 글을 쓰기 시작했으므로.

"주머니에 연필이 들어 있으면, 언젠가는 그 연필을 쓰고 싶은 유혹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크다. " 라고 자신의 아이들(그 아이들도 역시 야구를 좋아하고 몇몇 선수의 팬이며 메이저리그 경기를 자주 보러 가겠지?)에게 말하면서 말이다. 

앞의 4편의 글이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우연과 인연에 대한 메모리라면 '살만 루슈디를 위한 기도' 와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에게 보내는 탄원서' 는 한 사람의 작가로서 동감하고 동참하게 되는 사회적 역활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글이다. 

 


*
그런데 주머니에 늘 연필(필기구)을 가지고 다니면 그 연필을 꺼내 무엇인가를 끄적거리고 싶을 거라는 폴 오스터의 말은 거의 맞는 것 같다. 끄적거리고 싶은 마음까지는 들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무엇인가 쓸 일이 생기며 실질적으로 연필이 필요한 경우도 꽤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이어리와 펜은 다 가지고 다니지 않나. 어떤 사람들에게 다이어리는 몇 분 뒤면 허공중에 사라질 아이디어나 생각 착상들을 담아놓는 바구니이며 심심해서 끄적인 낙서들이 후일에 썩 괜찮은 글감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또 하나, 디지털이 일상이 된 요즘은 블로그 포스팅 하는 게 글쓰기의 범주에 들어가는 일인데 (연필이 키보드로 대체되긴 했지만) 웹상에서의 글쓰기와 아날로그적인 글쓰기의 미묘한 차이는 차치하더라도 사람들(나를 포함해서)이 블로그를 하는 이유는 뭘까? 하고 한 번쯤 묻고 싶어진다. 왜 블로그에 글을 쓰는 걸까(요)?

2009. 7. 24. 23:02

'낯선사람들' - 고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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