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낮에게 2009. 3. 22. 23:48

이사가는 날



이사를 간다. 블로그 이사는 아니고 지금까지 살던 집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집이 팔린지는 2월 말, 살 곳이 정해진 건 3월 10일경. 그리고 정해진 수순대로 이사준비와 절차. 
그 모든 과정들이 낯설기만하고 잘 닫혀지지 않는 문처럼 삐걱거렸다.

그렇게 일을 진행하면서 문득문득 작년 연말 그 일만 아니었더라면 이렇게 급매로 집을 내놓고
서둘러 이곳을 떠날 일은 없었을텐데 라는 마음이 들었던 것도  의지나 의도와는 무관하게
 (어느날 갑자기) 우리집안에 들이닥친 강제적인 힘에 대한 마지막 저항이었던 듯 싶다.

이젠 거의 완벽한 제로에 닿았다는 느낌이고 그래서 한편으론 편안해진 부분도 있다. 
모든 기준은 상대적이겠으나 더 이상 나빠질 것도 더 이상 혼란스런 상황때문에 마음 
상할 일도 없겠구나 싶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위안을 삼고 싶다. 사실 그럴 수 밖에 더 있겠냐만은.

집안 전체의 짐들은 그동안 조금씩 조금씩 가져갈 것과 버리고 갈 것들을 추려왔다.
세간살이를 취사선택해 가져가야 하는 일이 가장 큰 문제였는데 여태껏 간직해왔던
시간의 때가 묻은 물건들 중 상당부분을 이번에 포기해야했다.
이를테면 외할머니에게 물려받았던 엄마의 나비장과 아빠의 턴테이블 같은 것.
어제 오늘은 식구들 각자 개인적인 짐들을 정리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책은 제작년에 크게 한 번 정리한 적이 있어서 이번엔 손 댈것이 없었지만  박스안에 꿍쳐놓고
지난 10여년동안 거의  한 번도 듣지 않은 엄청난 양의 카세트테이프는 미련없이 다 분리수거했다.
비디오도 마찬가지. 단 생전에 아빠가 즐겨듣고 수집했던 LP판은 그대로 가져가기로 했다. 


내일과 모래는 마지막 점검과 마무리이다.
수요일 이른 아침이면 이삿짐센터에서 나머지 살림을 책임지러 올것이다.
그나마 날이 따뜻해져서 다행이다. 이사가는 날도 그런 따뜻한 봄날 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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