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갑을 잃어버렸다. 도서관 일반열람실에서 잠깐 자리를 비웠던 사이에. 3-4분이나 될까말까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면 지갑이 사라지고도 남을 충분한 시간이다. 지갑만 쏙 빼간 가방은 앉아있던 맞은편 자리에 널부러져 있었다. 그 날 내 자리 좌우 옆자리를 비롯해서 곳곳에 빈자리가 꽤 있었다. 추측하건데 그날 지갑을 훔친 사람은 바로 그 열람실에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자리를 뜬 걸 보자마자 일을 치른 후 자기 자리로 갔거나 유유히 사라졌거나 했겠지. 그렇다면 내가 완전히 패닉상태에서 밖으로 뛰쳐나가는 것도 보고 있었을지도. 소지품 간수를 하지 못한 내 불찰이 크지만 도서관에서 이런식으로 지갑을 뺏길 줄은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다. 말하자면 도서관이라는 장소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관이 있었던 것 같다. 거기가 보호구역이라도 되는듯. 누구나 어디에서든 도난사고를 당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도서관은 공공 시설중의 하나이고 책을 읽고 빌리는 사람들만 들락거리는 곳은 아니다. 분실신고를 했을때 담당자는 혹시 모르니 연락처를 남겨 달라고 했다. 간혹 지갑과 신분증등이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게 벌써 보름전이니 돌아올 수 있는 유효기간은 이미 지난거라고 생각한다. 가장 신경이 쓰이는 건 신분증과 사진이다. 분실신고와 재발급요청을 했다해도 인터넷에서 사용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그져 얼마 안되는 현금 가지시고 나머진 쓸데 없으니 조용히 폐기처분해 주기를..
2. 최저임금을 낮춘단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삭감하겠단다. 현재의 시급 4000원에서
그 아래로 하향조정 하신단다. 4%를 깍든 0.001%를 깍든 그 숫자가 중요한 건 아니다.
대한민국 사업장에서 노동자 한 사람이 하루 8시간 주5일 한달동안 꼬박 일해서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급여가 836000원인데 지금 그걸 내리겠다는 것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고용자가 피고용인을 저임금으로 부리는 착취를 막기 위해,
국가에서 정한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할 최소한의 임금을 말한다."
한편으로 그것은 턱없이 부족하긴해도 법으로 정해 놓은 먹고살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물리적 심리적 마지노선이다. 밥벌이하는 노동자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적어도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그 경계을 넘은 건 아니라는.
그들은 넘어서야 할 경계는 자꾸만 벽을 쌓아가면서 넘지 말아할 경계는 내놓고 월경을 할 태세다.
최저임금법은 지금 그들의 혓바닥 안에서 숫자놀음을 하고 있고
그 행태만으로도 2009년 대한민국은 또 한편의 잔혹사를 쓰고 있는 셈이다.
3. 마이클 잭슨을 추모하는 글과 그의 생전의 모습을 보고 있다. 그의 음악과 그의 시대는 곧 나(우리)의 시간과도 겹쳐진다. 백만년만에 다시 보는 '빌리 진'의 MV, 이십 몇 년전의 마이클 잭슨은 그 자체로 이미 피터 팬이었다. 지구의 왠디들을 네버랜드로 초대할 준비가 되어 있는.
만년의 그의 모습과 그가 남긴 말들 앞에서 드는 애잔함. 90년대 초반 크리스마스 무렵, 라디오만 켜면 줄창 흘러나왔던 Heal the world, 그 노래를 들으며 이 글에 태그를 붙인다.
MJ, Thank you for your music..
4. 夏至가 지나갔다. 일년중 낮이 가장 긴 날, 망종과 소서 사이의 절기.
하지를 절정으로 낮은 고양이 눈꼽만큼 짧아져 간다. 밤은 그 고양이 눈꼽만큼 길어져 가고.
아무리 눈썰미가 좋더라도 요 며칠새 길어진 밤의 길이를 재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 차이를 느끼려면 적어도 서른번의 밤과 낮을 지나야 하겠지
계절은 여름 한 복판으로 들어서고 더위는 점점 맹렬해진다.
폭염과 폭우가 동시에 쏟아지는 도시, 살아내야 할 서른번의 낮과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