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낮에게 2009. 3. 30. 23:11

조용한 밤


이사를 하고 닷새가 지났다.
이젠 여기가 당분간은 우리집이다.
당분간이라는 시간은 대략 2-3년정도?
이전 주인이 갑자기 지방으로 발령이나서 2-3년정도 집을 비우는 것이고
그동안 우리가 들어가 살기로 계약을 한 것이다. (이건 운이 좋았다고 할 밖에)
전체적으로 집은 훨씬 작고 좁아졌지만 워낙 깨끗하게 관리를 해서 방이며 거실이며
새 집처럼 말끔했고  무엇보다 맘에 드는건 조명이 따로 필요없을 정도로 햇빛이
잘 드는 집이라는 것. 
 
아파트지만  주위엔 山이 있고 걸어서 15분쯤 되는 곳에 대학교가 있다.
또 아파트 정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정보문화센터가 있다.
게다가 이곳은 책을 한 번에 5권씩 빌릴 수가 있다.
분원이어서 본원보다 장서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쏠쏠하게 빌려볼 책은 꽤 된다.
물론 좋은 점만 있는것은 아니다.
교통편이 좀(이 아니라 꽤) 불편한 편이다. 전철역까진 꼭 마을버스를 타고 가야한다.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그래도 종로나 광화문, 대학로까지 나가는 시간은 훨씬 짧아졌다.

아직은 이 정도..
앞으로 더 열심히 발품을 팔아야 동네의 구석구석이 눈에 보일 듯 하다.

인터넷을 연결하고 하루가 지났다.
연결하고도 컴터 앞에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오늘 밤 처음으로 가져본다.
정말 오랫만에 가져보는 조용한 밤이다.

내방은 아주 작다.
거의 정사각형인데 이전 주인의 6살짜리 딸래미 방이었다고 한다.
아이가 고른것인지 아이 부모님 취향인지는 모르겠지만  벽지가 거의 환상적이다.
어린이판 세계지도라는 거! ^^;

요즘 매일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는 꿈을 꾸면서 잠자리에 든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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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낮에게 2009. 3. 22. 23:48

이사가는 날



이사를 간다. 블로그 이사는 아니고 지금까지 살던 집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집이 팔린지는 2월 말, 살 곳이 정해진 건 3월 10일경. 그리고 정해진 수순대로 이사준비와 절차. 
그 모든 과정들이 낯설기만하고 잘 닫혀지지 않는 문처럼 삐걱거렸다.

그렇게 일을 진행하면서 문득문득 작년 연말 그 일만 아니었더라면 이렇게 급매로 집을 내놓고
서둘러 이곳을 떠날 일은 없었을텐데 라는 마음이 들었던 것도  의지나 의도와는 무관하게
 (어느날 갑자기) 우리집안에 들이닥친 강제적인 힘에 대한 마지막 저항이었던 듯 싶다.

이젠 거의 완벽한 제로에 닿았다는 느낌이고 그래서 한편으론 편안해진 부분도 있다. 
모든 기준은 상대적이겠으나 더 이상 나빠질 것도 더 이상 혼란스런 상황때문에 마음 
상할 일도 없겠구나 싶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위안을 삼고 싶다. 사실 그럴 수 밖에 더 있겠냐만은.

집안 전체의 짐들은 그동안 조금씩 조금씩 가져갈 것과 버리고 갈 것들을 추려왔다.
세간살이를 취사선택해 가져가야 하는 일이 가장 큰 문제였는데 여태껏 간직해왔던
시간의 때가 묻은 물건들 중 상당부분을 이번에 포기해야했다.
이를테면 외할머니에게 물려받았던 엄마의 나비장과 아빠의 턴테이블 같은 것.
어제 오늘은 식구들 각자 개인적인 짐들을 정리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책은 제작년에 크게 한 번 정리한 적이 있어서 이번엔 손 댈것이 없었지만  박스안에 꿍쳐놓고
지난 10여년동안 거의  한 번도 듣지 않은 엄청난 양의 카세트테이프는 미련없이 다 분리수거했다.
비디오도 마찬가지. 단 생전에 아빠가 즐겨듣고 수집했던 LP판은 그대로 가져가기로 했다. 


내일과 모래는 마지막 점검과 마무리이다.
수요일 이른 아침이면 이삿짐센터에서 나머지 살림을 책임지러 올것이다.
그나마 날이 따뜻해져서 다행이다. 이사가는 날도 그런 따뜻한 봄날 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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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글 사이 2009. 3. 18. 22:43

이 책 샀다, 뭐냐면?



제목으로 낚시가 되려나?
요즘 하도 여기저기서 낚긴적이 많아 나도 좀 낚아보려고 ^^;
하긴 나 책샀소 하고 올린 포스트가 거의 전무하다보니 대체 뭔 책을 샀길래?
그럴 수도 있을 법한데(아니면 말고)

오늘 알라딘에 들어갔다  정가의 딱 절반가격으로 올라온 목록중 오래전부터 찜해놓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이책!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5권 합본판이다.
더글러스 애덤스Douglas Adams 지음
김선형. 권진아 옮김
책세상 펴냄
초판 1쇄(2005년 12월 20일)
초판 4쇄(2008년 2월 10일) 4쇄까지 하는데 3년이 조금 넘게 걸렸군.


보시다시피 원래가 5권으로 출간된것을 합본판으로 만든것이라 책 두께가 장난이 아니다.
1235쪽!! 부피에 비해서 중량은 생각보다 무거운편은 아니나 그래도 들고다니며 읽는다는 건 
말리고싶다. 책자랑하고 팔운동하고 싶은 사람이야 할 수 없는거고.
 

첫 장을 여니까 이렇게.. ^^


다른 각도에서 샷! 어디서 찍어도 반짝거리는군, 실제로 보면 까망색 바탕에 은색빛이 나는
글자다. 사진에서 무지개빛으로 보이는 건 야광때문인가?



독서대에 눕혀보니 그 부피가 제대로 와 닿는다.
저 독서대로는 '은하수' 건너가기 어림없다.

시범삼아 두툼한 소파겸 방석에 앉아 무릎에 두툼한 쿠션을 놓고
그걸 받침대 삼아 읽으니 그제서야 자세가 나온다.
편하게 읽을 수 있음. ^^




목차다.

'작가가 말하는 별 도움 안돼는 이야기들'에서부터
- 우주끝에 있는 레스토랑
- 안녕히, 그리고 물고기는 고마웠어요.
- 대체로 무해함

으로 이어지는 제목들이 왠지 마음가는대로 읽어도 될 것 같은 분위기라 올 해 안으로 은하수여행을 끝내는 걸로 목표를 삼았다.

사실 어쩌면 이번 구매는 오래전부터 찜해놓은 것이라긴 해도 약간의 충동구매라고 할 수 있을것이다. 정가의 절반가격(중고 최저가보다도 낮은) 인데다 오늘안으로 책을 받을 수 있다는 이벤트성 기획에 스스로 지름신을 불러들인것이니까. (오전 9시쯤 주문했는데 정말 저녁 6시 조금 넘어 받았다 +.+) 
그래도 뿌듯하고 아주 잘 한 일인것 같다.

올라온 평들을 쭉 읽어보니 약간의 호불호가 갈리기는해도 대체로 '은하수'에 대한 의견들은 훈훈하다.  잘 구입했다는 생각에 날개를 달아주다고나 할까.


그럼 책자랑은 여기까지 ...  이제 슬슬 떠나봐야지. ^^*






책과 글 사이 2009. 3. 17. 22:50

<우리는 매일매일>- '어쩌자고'



어쩌자고


밤은 타로 카드 뒷장처럼 겹겹이 펼쳐지는지. 물위
에 달리아 꽃잎들 맴도는지. 어쩌자고 벽이 열려 있
는데 문에 자꾸 부딪히는지. 사과파이의 뜨거운 시럽
이 흐르는지. 내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지. 유리공장
에서 한 번도 켜지지 않은 전구들이 부서지는지. 어
쩌자고 젖은 빨래는 마르지 않는지. 파란 새 우는지.
널 사랑하는지. 검은 버찌나무 위의 가을로 날아가는
지. 도대체 어쩌자고 내가 시를 쓰는지. 어쩌자고 종
이를 태운 재들은 부드러운지


<우리는 매일매일> 진은영 시집 
문학과 지성 시인선 351 

 

'왜' 라고 묻지 않는다  '어쩌자고' 라는 중의적인 의문이 담긴 표현으로 말한다.
'왜' 와 '어쩌자고' 의 사이는 "겹겹이 펼쳐지는" 타로카드를 해석하는 것 만큼이나
묘한 심리적인 거리를 담고있는 것 같이 보인다. 그 사이에서 어떤 '차이'가 생겨나지만
굳이 명료하게 이렇다라고 말 하고 싶지는 않은 차이,  같은 정황앞에서 '왜'라고 물었을때와  
'어쩌자고' 라고 이야기했을때 똑같은 대답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정도의 차이. 
결국 같은 의미가 될지라도 그 뜻을 풀이하는 과정은 참 다를 것이라는 정도의 차이.
........
 



*
그런데 어쩌자고 이 詩集을 읽게 된건지..

2009. 3. 14. 16:20

브로콜리너마저- 보편적인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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