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안의 필름 2009. 1. 7. 22:48

하나-비/Hana-bi



HANA-BI 불꽃놀이 혹은 폭죽.
花火 하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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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폭력배(야쿠자) 전담 형사 니시의 생활은 폭력배들과의 목숨을 건 대결, 그들의 위협과 미끼와 복수극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현장과 죽고 죽이는 잔인한 폭력들로 꽉 차 있다. 그런데 피냄새가 진동하는 니시의 일상을 한 겹 더 들어가 보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한 가정과 가족의 불행한 역사와 만나게 된다. 그는 몇년 전 어린 딸아이를 잃었고 그 충격때문에 실어증에 걸린 아내는 암에 걸려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검은 선그라스로 가린 그의 얼굴은 아무에게 보여주고싶지 않은 환부같은것일까? 거침없이 총을 빼서 적에게 단호히 방아쇠를 당기는 이 남자의 손은 참 비정해 보인다. 그것은 드러난 손이다. 하지만 그에겐 드러나지 않은 다른 손이 있다. 굳이 내보이고 싶지 않고 의도하지 않아도 보여지는 손. 그 손으로 니시는 아내를 보살피고 눈내리는 언덕받이를 좋아라하며 아이처럼뛰어가다 웅덩이에 빠진 그녀의 손을 잡아 꺼내준다. 아내와의 마지막 여행을 위해 주저없이 은행을 털기도한다.  범인을 검거중에 총에 맞고 불구가 되어 형사직을 사임한 동료 호리베에게 매달 그림도구 일체를 부쳐주고 죽은 동료의 아내에게 달달이 약간의 돈을 송금해준다.

물론 하나의 손이 다른 편의 손을 상쇄해 주지는 않는다. 그는 두 가지 행위 사이에서 갈등할 테지만 어느것이 옳고 어느것이 그르다고 말 할 수 있을까. 그에게 중요한 건 명예나 공명심, 출세따위가 아니라  단 한 사람 남은 유일한 가족, 아내 미유끼일테니 말이다. 가족을 잃은 상실감이나  한 때 온전했던 가정에 대한 향수는 <하나-비>의 내면에 흐르는 정서인것 같다.  니시는 딸이 죽었고 곧 아내도 잃게 될 것이며 호리베는 불구의 몸으로 아내와 딸에게까지 버림받는다. 그가 그린 그림들은 상실 以前의 그 곳으로 돌아가고픈 열망들이 잘 나타나 있다. 호리베는 자기를 찾아 온 니시에게 모든걸 잃은 후 오히려 홀가분해졌고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 것 같다는 말을 한다. 비록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니시의 삶은 자신의 것보단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하나-비>는 무엇보다 인상적인 영상을 구현하고있다.  "다케시 블루"라고 불린다는 파랑색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것은 <하나-비>를 상징하는 색조같기도 하다. 고뇌와 우울함, 죽음과 담담하게 대면하는 색조. 한 사람의 존재 전부이다싶은 슬픔들.. 하지만 그것에 압도당하지 않고 아침마다 해를 마주보듯 그 사이에서 평온과 웃음조차 건낼 수 있는 그런 기운이 깃들인 색조같다.   

실어증에 걸린 아내가 니시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말은 "고마워요" "미한해요"
 였다.  누군가에겐 지진아같이 보였을  미유꼬는 사실 남편이 자신을 위해서 한 모든것들을 잘 알고 있었다. 다 감지하고 있었다. 마지막 장면은 바닷가인데 동료형사들이 야쿠자들을 모두 살해하고 아내와 함께 한 때를 보내려고 온 니시를 체포하러 온다. 니시가 잠깐 시간을 달라고 부탁한다, 아주 잠시 동안이면 된다고.. 동료형사는 그를 기다리면서 이렇게 말한다.
"난 결코 그와 같은 삶을 살 수 없을 것 같아."
그러고 얼마 후 두 발의 총성이 울린다.  
폭죽이 터지듯이..


 

■ 기타노 다케시

FILMOGRAPHY

DIRECTOR

1989 VIOLENT COP/그남자, 흉악함에 관하여
1990 BOILING POINT / 비등점
1991 A SCENE AT THE SEA / 그 여름 한없이 조용한 바다
1993 SONATINE / 소나티네
1995 GETTING ANY? / 모두 할 수 있냐?
1996 KIDS RETURN / 키즈 리턴
1997 HANA-BI / 하나-비
1999 기쿠지로의 여름
2004  피와 뼈
2008 Achilles and the Tortoise/ 아킬레스와 거북이
2008 To Each His Cinema / 그들 각자의 영화관

ACTOR

1983 MERRY CHRISTMAS. Mr. LAWRENCE /전장의 크리스마스
1993 MANY HAPPY RETURNS / 매니 해피 리턴스
1994 JOHNNY MNEMONIC / 코드명 J
1995 FIVE OF THEM / 그들중 다섯

하나-비
감독/각본/편집: 기타노 다케시
음악: 히사이시 조
촬영: 야마모토 히데오
조감독: 시미즈 히로시
니시 역: 기타노 다케시
호리베 역: 오수기 렌
미유끼 역: 키시모토 가요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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