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안의 필름 2009. 5. 15. 23:46

세상의 모든 아침 Tous les matins du monde



 세상의 모든 아침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며 (Tous les matins du monde sont sans retour)
 '매일의 여명은 오직 한 번 뿐' 이다.




루이 14세가 집정하던 시절 1660년경의 프랑스, 길게 늘어뜨린 가발을 쓴 악사들이 베르사이유 궁정에서 왕과 귀족을을 위해 연주를 할 무렵  비올라의 거장 쌩트 꼴롱브(Monsieur de Sainte Colombe)는 사랑하는 아내를 사별하고 어린 두 딸과 더불어 은둔생활에 들어간다. 집 마당에 오두막을 짓고  그곳에서 홀로 악기를 연주하고 두 딸을 가르치며 아내를 잃은 슬픔을 달랜다. 가끔씩 그의 환상속으로 찾아오는 아내는 언제나 젊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꼴롱브의 연주를 듣곤한다. 그의 말처럼 두 사람은  '세월도 갈라 놓지 못하는' 부부였다.

아내를 향한 그리움이 커 갈수록 꼴롱브는 세상과 사람들에겐 더 없이 까칠하기만 하다.  딸들을 사랑하지만  까다롭고 엄격하기만 할 뿐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진 않는다.  게다가 그의 명성을  듣고 궁정악사로 초빙하러 찾아온 귀족을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쫓아버린다.  부귀영화가 보장된 궁정악사 자리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허름하지만 평온한 오두막과  왕의 귀를 위한 소리가 아닌 자신의 음악을 선택한다.  

그러나 세속의 잣대로 본다면 쌩트 꼴롱브 선생은 외고집에 괴팍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일 뿐이다. 아버지처럼 가난을 대물림하는 구두수선공이 되기 싫어서 음악가의 길을 선택한 마랭 마레(Marin Marais)를 자신의 제자로 받아들인 이유는 그의 잔재주때문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연주한 그의 음악속에서 통렬한 삶의 고통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음악적 동거는 처음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고 자기 몰래 궁정악사로 활동하는 마랭 마레를 꼴롱브는 더 이상 수용하지 않는다. 한편 마랭은 스승의  딸 마들렌느(Madeleine)와 사랑에 빠지고 꼴롱브가 딸에게 전수해준 실질적인 음악적 가르침을 그녀의 개인수업을 통해 배우게 된다. 마랭은 출세를 위해 기꺼이 마들렌느를 떠난다. 혼자남은 마들렌느는 그의 아이를 사산한다.


십여년의 시간이 흘러간다. 그동안 마랭 마레는 궁정악사로서의 영예와 부를 얻었고 결혼도 했다.  생트 꼴롱브는 나날이 초췌해지고 병들어가는 딸 마들렌느를 돌보며  오두막에서 비올라를 연구하고 자신의 작품을 연주한다.  그의 오두막엔 여전히 죽은 아내가 찾아와  외로운 그의 말동무가 되어주곤 한다. 마랭 마레가 자기에게 헌정하는 '순진한 어린소녀'(Une jeune fillette)를 작곡했다는 소식을 들은 마들렌느는 죽기 전에 옛연인이 연주 하는 그 곡을 듣고 싶다는 말을 전한다. 어느날  마랭이 마들렌느를 찾아 온다. 그리고 자신의 어리석음을 후회하는  마들렌느 앞에서 그 곡을 연주한다. 그가 떠나던 날 마들렌느는 목을 매 생을 마감한다.


딸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세상과의 인연을 끊고 오두막에 칩거하고 있는 꼴롱브,  그 누구와도 자신이 생각하는 음악에 대해서 속 깊은 말을 나눌 수 없었던 꼴롱브의 탄식을 마랭 마레가 숨어서 듣는다. 스승에게 마지막 가르침을 받고자 말을 달려 찾아온 제자에게  꼴롱브는 그대는 음악에서 무엇을 구하느냐고 묻는다. 음악은 왕이나 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스승에게 제자는 그럼 침묵을 위한 것이냐고 되묻고 꼴롱브는 침묵은 언어의 이면이라고 응답한다. 영예도 사랑도 돈도 방황도 과자 부스러기도 아니라면 대체 음악은 뭐냐고, 난 더 이상 모르겠노라며 대답을 포기하는 마랭.  사제지간으로 인연을 맺은지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음악과 음악가에 대한 의견에 관한한 조금도 거리를 좁히지 못한 그들이었다. 그러나  마랭이 고백하는 말을 듣는 순간, 꼴롱브는 이제서야 서로가 가까와지고 있음을, 결국 그들은  같은 길로 들어서고 있음을 깨닫는다. 음악이란 지친자들의 휴식이라는 말,  길을 잃은 아이를 위한 것이고 구두장이의 망치소리를 잊기 위한 것이었노라고 마랭은 털어놓는다.

" 내 탄식을 들었겠지? 난 죽을것이네"

"죽은 자를 위해 잔을 남겨야겠지요"

" 자 그럼 먼저 한 잔 하고 죽은 마들렌느를 위해 같이 연주하세나"

 

다시 십수년의 세월이 지나 궁정악사의 최고자리에 오른 노쇠한 마랭은 제자들을 모아 놓고 스승의 삶을 회상하며 전설적인 쌩뜨 꼴롱브 선생과 음악에 대한 가르침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지금까지 그가 회상한 모든 이야기들이 바로 '세상의 모든 아침'의 줄거리이다. 
지치고 침침한 눈을 들어 주위를 바라보는 마랭에게 쌩트 꼴롱브가 다가와 이렇게 말한다.

"자네가 자랑스럽네.. "

 

세상의 모든 아침 (Tous Les Matins Du Monde )
 
감독 / 알랭 꼬르노 Alain Corneau
각본 / 알랭 꼬르노 Alain Corneau
원작 / 파스칼 끼냐르 Pascal Quignard
제작 / 프랑스 1991년

캐스팅

장 피에르 마리엘 Jean-Pierre Marielle
제라르 드빠르디유 Gerard Depardieu
안느 브로쉐 Anne Brochet
기욤 드빠르디유 Guillaume Depardieu
카롤 리세르 Carole Richert 
미셀 부케 Michel Bouquet
장-끌로드 드레퓌스 Jean-Claude Dreyfus 
이브  람브러슈 Yves Lambrecht
미리암 보이어 Myriam Boyer Nadege Teron 
카롤린 시올 Caroline Sihol


촬영 /  Yves Angelo
음악 / Marin Marais Marin Marais
음악(감독) / Jordi Sav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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