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낮에게 2009. 9. 24. 00:24

추분의 낮과 밤



햇빛이 좋은 날이었다. 점심을 먹고 잠시 사무실 근처를 돌아다녔다. 햇빛이 너무 강하기도 했고 시간도 많지 않아서 지하철 출구 앞에 있는 '아름다운 가게' 를 슬쩍 돌아보는 정도. 늘 그렇지만 점심시간은 너무 북적거린다. 예쁜 도자기 커피잔 세트가 나와있었다. 책은 그다지 읽을 만한게 없었고.지난 봄 이사하면서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했던 것들이 많았었는데 그땐 왜 이런곳에다 기증할 생각을 못했을까싶다..  오후 시간은 바쁜중에도 지루하고 하염없이 지나가는 시간들이 너무 아깝고 애닯기만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고.. 그렇다고 일을 열성적으로 하느냐하면 그렇지도 못하고, 이래저래 요즘 내 특기는 사무실에서 멍때리기다.

어둠이 내리면 한결 마음이 놓인다. 내가 도망칠 수 있는 영역안에서 한껏 벗어 날 수 있는 시간, 비록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하더라도. 우울함은 개인적 성향이나 기질을 벗어나 환경과 시대가 만나는 접점에서 발생하는 증후군에 가까와졌다. 집단적 우울함같은 용어로 말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밤과 낮의 길이가 똑같은 날, 오늘 하루를 그린다면 좌우가 똑같은 데칼코마니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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