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낮에게 2009. 5. 24. 22:03

謹弔



편히 가십시오.
오래도록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엇저녁 늦은 시간 정말 오랫만에 김해에 살고 있는 큰집 막내오빠가 전화를 주었다.
 오늘 하루종일 너무도 울적하여 술을 한 잔 했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전화를 했단다. 
 그의 죽음과 또 다른 여러 이야기들이 오고 갔었다.

작년에  할머님을 모시고 봉화마을을 찾아 갔었다는 이야기, 노무현 대통령이 할머님에게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할머니가 굉장히 기뻐하셨다는 이야기 등등..

가슴이 답답하면 한 번 김해로 내려오라고 하셨다. 그러겠노라고 했다.


그리고 오늘 가족들과 함께 조계사에 조문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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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진주목걸이 外..


1. 토요일 비가 온다, 하루종일. 낮인지 밤인지 구분이 안가는 어두컴컴한 공기만 그득하다. 방 천정에 달린 원형 전등이  窓을 통해 窓 밖으로 보이는 하늘까지 반사된다. 그 모양새는 흡사 하늘 천정에  두 개의 전등이 매달려 있는 것 같다. 두터운 어둠이 배경으로 깔린 하늘에 선명한 빛으로 떠있는 둥근 모양의 전등, 너무 현실적이서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꼭 유에프오 같다! 그 순간 '미지의 세계와의 조우' 같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은...


2. "아무리 찾아도 없네, 도대체 그게 어디로 숨은것이냐.. 이사할 때 다른 건 다 버렸어도 그건 내 꼭 챙겨놨었는데.. "  오늘 아침 엄마가 식탁에서 한 말이다. 내용인즉 진주목걸이가 사라진 것이다.
엄마의 진주 목걸이, 그것을 나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그게 어떤 진주 목걸이인지 잘 알고 있다.
오래 전 아빠가 처음으로 외국출장 나가셨을때  엄마에게 주려고 선물로 사온 것이다. 두 분이 아직은 젊은 나이였을때 였으니 함께 해 온 세월이 얼마인가. 케이스를 열면 흑단같이 보드라운 헝겁위에  정말 눈 부신 진주 목걸이가 놓여 있었다. 진주 목걸이를 한 엄마는 정말 예뻣다. 어디서 나오겠지 하셨지만 (글쎄다, 벌써 이사하고 정리한지 두 달이 다 되어가는데.. ) 선뜻 잃어버렸다고 인정할 수 없는 마음과 그 물건에 대한 애착같은것이 느껴져서 엄마의 마음이 어떨지 알 것 같았다. 혹여 딸래미가 나중에 거의 똑같은 진주 목걸이를 선물로 사 준다 해도 그건 아빠가 주신 것과는 같은 게 아닐테니까..
(5월 17일 일요일날 )


3. 홍상수의 영화가 곧 개봉이 된다고 한다. 제목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란다. 
요 몇 년 사이 그의 영화를 본 적이 없다. 내가 그나마 알고 있는 홍상수는 '강원도의 힘'과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 그리고 '생활의 발견'까지의 홍상수이다. 하지만 오랫만에 제목이 끌리는 영화다. 기사를 읽으니  이 영화에 소설가  김연수씨가 나온단다. 까메오 정도가 아니라 김태우씨 친구로 바람둥이에 잘 나가는 영화감독 역이라고 하네. 한마디로 가장 "찌질한 역"이면서 장면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캐릭터. 제천과 제주도가 영화의 주무대라는것 , 배우들이 거의 노개런티에 가까운 보수로 출현했다는 것도 귀에 들려온다.  이번엔 영화관에서 그(홍상수)를 만날 수 있을까? 


4. 쉬는 시간에 알바를 하고 있는 사무실 옥상에 올라가 봤다. 햇빛 좋던 날 그곳에선 (놀랍게도)감자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누군가 시멘트 옥상위에 흙과 거름을 날라와 정성스럽게 감자를 키우고 있었다.
마치 옥탑방 위의 감자밭이라고나 할까, 뿌리에 열매가 열리는 감자는 지금은 모두 흙 속에 숨어있다가  감자의 시퍼런 잎파리가 누렇게 뜰 무렵 실하게 영근 감자를 캔다고 한다.  다음달 6월 중순을 넘으면 감자를 수확 할 수 있을거라고 그랬다.  세상엔 놀라운 장면이 곳곳에 숨어있다, 그래서 세상은 살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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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밀린 이야기들 몇가지


1. 이사하고 나서 25일만에 신문구독신청을 했다. 새로운 주소로 또 새로운 신문으로.
   인터넷으로 구독신청을 하려고 k닷컴으로 들어갔지만 전산시스템이 자꾸 에러가 나서 
   할 수 없이 고객센터로 전화를 해야했다. 상담원에게 그런 불편한 사항들에 대해 이야기했고
   1년 구독을 요청했다. 2달은 무료란다. 신문에 쓸데없는 광고지가 섞여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 
   부피와 무게만 잡아먹는 씨잘때기 없는 부록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가볍고 산뜻한지!


2. 최근에 킬리언 머피가 나오는 영화 2편을 내리봤다. <인터미션>과 <플루토에서 아침을> 
   '플루토' 는 킬리언 머피를 위한 영화인듯 싶다.  여성이 되고 싶은 남자, 패트릭 키튼의
    이야기, 꿈과 (잔인한)현실이 교차하는 36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여정이기도 하다.  
    게다가 각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70-80년대의 올드팝송들도 귀에 나긋나긋 들어온다.
    킬리언 머피의 필모그래피를 보니 켄 로치의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이 있더라.
    그러니까 그 포스터에 나왔던 남자가 바로 킬리언 머피였다고?!
    그런데 이사람, 눈동자의 색이 거의 투명에 가까운 블루다!


3. 잠시 동안이지만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 내일이 첫 출근날이다. 
   오전 9시 30분- 오후 6시까지 월~금요일 근무. 간혹 야근과 토요일 출근이 있을 수 있다.
   물론 그땐 야(특)근 수당이 있긴 하지만. 아마도 5월과 6월은 그렇게 알바를 하며 보낼 듯 싶다. 
  

4. 아~ 이제 자야지. 내일 지각하지 않으려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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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밤


이사를 하고 닷새가 지났다.
이젠 여기가 당분간은 우리집이다.
당분간이라는 시간은 대략 2-3년정도?
이전 주인이 갑자기 지방으로 발령이나서 2-3년정도 집을 비우는 것이고
그동안 우리가 들어가 살기로 계약을 한 것이다. (이건 운이 좋았다고 할 밖에)
전체적으로 집은 훨씬 작고 좁아졌지만 워낙 깨끗하게 관리를 해서 방이며 거실이며
새 집처럼 말끔했고  무엇보다 맘에 드는건 조명이 따로 필요없을 정도로 햇빛이
잘 드는 집이라는 것. 
 
아파트지만  주위엔 山이 있고 걸어서 15분쯤 되는 곳에 대학교가 있다.
또 아파트 정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정보문화센터가 있다.
게다가 이곳은 책을 한 번에 5권씩 빌릴 수가 있다.
분원이어서 본원보다 장서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쏠쏠하게 빌려볼 책은 꽤 된다.
물론 좋은 점만 있는것은 아니다.
교통편이 좀(이 아니라 꽤) 불편한 편이다. 전철역까진 꼭 마을버스를 타고 가야한다.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그래도 종로나 광화문, 대학로까지 나가는 시간은 훨씬 짧아졌다.

아직은 이 정도..
앞으로 더 열심히 발품을 팔아야 동네의 구석구석이 눈에 보일 듯 하다.

인터넷을 연결하고 하루가 지났다.
연결하고도 컴터 앞에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오늘 밤 처음으로 가져본다.
정말 오랫만에 가져보는 조용한 밤이다.

내방은 아주 작다.
거의 정사각형인데 이전 주인의 6살짜리 딸래미 방이었다고 한다.
아이가 고른것인지 아이 부모님 취향인지는 모르겠지만  벽지가 거의 환상적이다.
어린이판 세계지도라는 거! ^^;

요즘 매일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는 꿈을 꾸면서 잠자리에 든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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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가는 날



이사를 간다. 블로그 이사는 아니고 지금까지 살던 집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집이 팔린지는 2월 말, 살 곳이 정해진 건 3월 10일경. 그리고 정해진 수순대로 이사준비와 절차. 
그 모든 과정들이 낯설기만하고 잘 닫혀지지 않는 문처럼 삐걱거렸다.

그렇게 일을 진행하면서 문득문득 작년 연말 그 일만 아니었더라면 이렇게 급매로 집을 내놓고
서둘러 이곳을 떠날 일은 없었을텐데 라는 마음이 들었던 것도  의지나 의도와는 무관하게
 (어느날 갑자기) 우리집안에 들이닥친 강제적인 힘에 대한 마지막 저항이었던 듯 싶다.

이젠 거의 완벽한 제로에 닿았다는 느낌이고 그래서 한편으론 편안해진 부분도 있다. 
모든 기준은 상대적이겠으나 더 이상 나빠질 것도 더 이상 혼란스런 상황때문에 마음 
상할 일도 없겠구나 싶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위안을 삼고 싶다. 사실 그럴 수 밖에 더 있겠냐만은.

집안 전체의 짐들은 그동안 조금씩 조금씩 가져갈 것과 버리고 갈 것들을 추려왔다.
세간살이를 취사선택해 가져가야 하는 일이 가장 큰 문제였는데 여태껏 간직해왔던
시간의 때가 묻은 물건들 중 상당부분을 이번에 포기해야했다.
이를테면 외할머니에게 물려받았던 엄마의 나비장과 아빠의 턴테이블 같은 것.
어제 오늘은 식구들 각자 개인적인 짐들을 정리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책은 제작년에 크게 한 번 정리한 적이 있어서 이번엔 손 댈것이 없었지만  박스안에 꿍쳐놓고
지난 10여년동안 거의  한 번도 듣지 않은 엄청난 양의 카세트테이프는 미련없이 다 분리수거했다.
비디오도 마찬가지. 단 생전에 아빠가 즐겨듣고 수집했던 LP판은 그대로 가져가기로 했다. 


내일과 모래는 마지막 점검과 마무리이다.
수요일 이른 아침이면 이삿짐센터에서 나머지 살림을 책임지러 올것이다.
그나마 날이 따뜻해져서 다행이다. 이사가는 날도 그런 따뜻한 봄날 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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