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글 사이 2009. 1. 12. 23:10

도서실. 책읽기. 그리고 무수한 茶들의 향연

 

이렇게 추운날엔 도서관 열람실은 책읽기에 가장 아늑한 장소이다. 보온과 난방이라는 측면에선 집보다 백배 낫다. 올해엔 다이어리 한 면에 읽은 책들과 읽을 책들을 적어두자 했는데  아직까지는그 약속을 즐거이 따르고 있다.   해서 지금까지 읽은 책들은:


- 김도언 <철제계단이 있는 천변풍경>
- 우석훈 <직선들의 대한민국>
- 백석詩集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모닥불>
- 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유럽의 역사 
- 그리고 <파브르의 곤충기> 중 제 2권 


쇠라의 '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를 책표지로 선택한 <철제계단이 있는 천변풍경>은 단편소설 모음집이다.첫번째로 실린 단편이 바로 <..천변풍경>이다. 화가인 남자가 우연히 빗 속에서 만난 여자와 동거를 시작하면서 그녀를 만나기 前의 시간과 만난 後의 시간을 삶의 生動(혹은 전력질주해서 달렸던)과 休止(이완)으로 깨닫는 과정을 사실적이면서 약간은 몽환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이제 쇠라의 '그랑자트의 섬의 일요일 오후'를 보면17개의 철제계단을 올라가는 천변의 그 집에서  "따뜻한 홍합국물" 을 마시고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지나가는 어린 학생들의  재잘거림을 뒤로 하고 마냥 착하기만 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젊은 그들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백석의 詩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놀라며 감탄하고 있다. 그의 詩는 내가 알지 못하는 사라진 언어의 寶庫이구나 싶다. 그 말 밖에는 아직.. 
 

우석훈의 <직선들의 대한민국>,  너무 재밌어서 단숨에 읽어버렸다. 진도가 잘 나가는 책이다.
재밌기만 한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거슬렸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근거있게
진단해 주었다는 점이 이 책의 미덕이다. 건설과 아파트 공화국인 대한민국은 진정으로 아름답게
산다는 기준과 가치가 실종된 곳이다. 저자가 미학이라고 표현하는 삶의 기저는 그냥 이루어지는게 아니라사회 구성원들(특히 정치인과 그들의 똘만이들) 이 정말 제대로 사유하고 고민할 수 있을 때 마련 될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했던 부분이었다. 우석훈은  여러권의 책을 집필한 걸로 알고 있는데 아직 할 말이  많은 사람같다. 다른 책들도 기회되면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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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껴입고도 추워서 담요를 두르고 있을 때가 많고  잘 때는 수면양말에 수면장갑에 머플러까지 하고 자니.. 이거 내가 집에서 잠을 자는건지 1박2일팀에 끼어 야외에서 자는 건지 구분이 안가고 있다 --;  이같은 날씨엔 실내온도 20도를 유지해봐야 온 몸으로 들이닥치는 냉기를 막기엔 역부족인걸 어쩌랴. 몸에선 계속 따뜻한 것만 요구하고 제일 만만한게 마시는거라 어제 오늘 마신 茶만 열댓잔은 될 것이다. 커피. 코코아. 우유. 꿀. 모과차. 유자차. 녹차. 감잎차. 우롱차. 국화차. 홍차. 쟈스민차.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무수한 茶들만 디립다 마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