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글 사이 2009. 3. 17. 22:50

<우리는 매일매일>- '어쩌자고'



어쩌자고


밤은 타로 카드 뒷장처럼 겹겹이 펼쳐지는지. 물위
에 달리아 꽃잎들 맴도는지. 어쩌자고 벽이 열려 있
는데 문에 자꾸 부딪히는지. 사과파이의 뜨거운 시럽
이 흐르는지. 내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지. 유리공장
에서 한 번도 켜지지 않은 전구들이 부서지는지. 어
쩌자고 젖은 빨래는 마르지 않는지. 파란 새 우는지.
널 사랑하는지. 검은 버찌나무 위의 가을로 날아가는
지. 도대체 어쩌자고 내가 시를 쓰는지. 어쩌자고 종
이를 태운 재들은 부드러운지


<우리는 매일매일> 진은영 시집 
문학과 지성 시인선 351 

 

'왜' 라고 묻지 않는다  '어쩌자고' 라는 중의적인 의문이 담긴 표현으로 말한다.
'왜' 와 '어쩌자고' 의 사이는 "겹겹이 펼쳐지는" 타로카드를 해석하는 것 만큼이나
묘한 심리적인 거리를 담고있는 것 같이 보인다. 그 사이에서 어떤 '차이'가 생겨나지만
굳이 명료하게 이렇다라고 말 하고 싶지는 않은 차이,  같은 정황앞에서 '왜'라고 물었을때와  
'어쩌자고' 라고 이야기했을때 똑같은 대답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정도의 차이. 
결국 같은 의미가 될지라도 그 뜻을 풀이하는 과정은 참 다를 것이라는 정도의 차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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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쩌자고 이 詩集을 읽게 된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