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시선 2010. 4. 28. 23:35

트위터식으로 포스팅해보기


트위터(twitter)에 계정을 연지 20여일이 지났다. 여기선 모든 글과 말이 140자로 요약된다.  요며칠 점심시간에 도시락 까먹고 잠깐씩 트윗이라는 걸 해보는 중이다. 리트윗을 하면 그 글이 자신을 비롯해서 following하는 사람에게도 모두 전달된다는걸 오늘에야 알았다. 가만 생각해보면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확산기능이다. 


앞으로 1년동안 눈. 비. 바람. 추위 이런거 안보고 안느껴도 사는데 지장없을듯. 솔직히 당분간 결별하고 싶다. 오늘 9시뉴스 메인타이틀은 102년만의 봄추위. 거의 반년동안 겨울모드로 살고 있는거구나 --;;


영화, <푸른수염>은 카트린느 브레야식으로 읽는 페로의 동화라고 말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카트린느의 분신인 꼬마 카트린느는 언니한테 <푸른수염>을 읽어주며 몸소 금지된 방으로 들어가보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피로 물든 방'을 걸어다니며 벽에 걸린 시체들 사이를 태연히 걸어다닌다. 중세풍의 드레스와 라푼첼의 긴 머리카락이 연상되는 고탑,  대단한 식탐을 보여주던 식사장면에 이어 가장 리얼쇼킹했던 엔딩의 그 장엄함!! 

다시 트위터, 이를테면 140자 안에서 짧은 소설이나 연작글을 트윗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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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글 사이 2010. 4. 22. 00:07

'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

 


어김없이 황혼녘이면

그림자가 나를 끌고 간다
순순히 그가 가자는 곳으로 나는 가보고 있다

세상 모든 것들의 표정은 지워지고
자세만이 남아 있다

이따금 나는 무지막지한 덩치가 되고
이따금 나는 여러 갈래로 흩어지기도 한다

그의 충고를 따르자면
너무 빛 쪽으로 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개의 불빛 가운데 있었기 때문이다

茶山은 국화 그림자를 완상하는 취미가 있었다지만
내 그림자는 나를 완상하는 취미가 있는 것 같다

커다란 건물 아래에 서 있을 때
그는 작별도 않고 사라진다

내가 짓는 표정에 그는 무관심하다
내가 취하고 있는 자세에 그는 관심이 있다 
  

그림자 없는 생애를 살아가기 위해
지독하게 환해져야 하는
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

지금은 길을 걷는 중이다 순순히
그가 가자는 곳으로 나는 가보고 있다 


'빛의 모퉁이에서'
김소연「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 」


*
도시락과 잡다한 물건들로 가득찬 가방에서 반찬국물세례까지 받으며
봄날을 꿋꿋하게 버텨낸 책, 운이 좋아 버스안에 자리를 잡아 앉게되면
습관적으로 꺼내읽게 되던 시집, 소설이나 산문에 정착하지 못한
몇 주간동안 누구와 닮아보이는 행과 행 사이를 서성거렸다. 

직장생활이란  예측할 수 없는 슬럼프의 연속이다. 
슬럼프에서 빠져나오는 순간과 다시 들어가는 그 순간 사이를 되도록 길게 유지할 것
파도타기를 즐기는게 아니라면 물결이 되도록 완만하게 흘러가게 하자
 
내가 기억하는 가장 더웠던 봄날은 1994년이었고
(4월초 날씨가 26도를 웃돌아서 그때부터 반팔티를 입었던 기억이..)
아마도 내가 기억하는 가장 춥고 봄같지 않은 봄날은 올해가 될듯 싶다.
이 기록이 깨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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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낮에게 2010. 4. 12. 00:43

0412


4월 2번째 주말, 겨울이 가고 봄이 온 거리를 많이 걸어다녔다.
지난 겨울 눈을 맞으며 만났던 친구를 오랫만에 봤다.
같이 영화를 보고 저녁을 먹었다.
얼마만에 가져보는 시간인지 모르겠다.
어디를 가고 싶다거나 뭘 하고 싶다거나 누굴 보고 싶다거나..
그런 욕구들도 겨우내 잠을 자고 있었는지
이제서야 깨어나 눈 비비고 기지개를 펴는 느낌이다.
광화문에서 헤어지며 그랬다. 담엔 네 생일쯤에 보겠네.
얼마 안 남았잖아. 같이 여행을 가자는 이야기도 했었는데 
먼길을 떠나기는 좀 그렇고  당일 다녀오는 기차여행은 어떨까.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진다. 내일 비가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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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글 사이 2010. 4. 3. 01:08

제주풍경화 (風景話)


이제는 먼 기억속의 장소, 제주도는 내가 가 본 몇 안 되는 여행지중의 하나이다. 요즘은 제주도하면 떠올리는 올레길이 생기기 훨씬 전이지만 그때도 제주는 유도화가 줄지어 서있는 가로수와 돌담길, 감귤향 그리고 세상에서 처음으로 본듯한 바다의 색감만 가지고도 세상에 이런곳도 있었나 싶게 며칠간 머무는 동안 내내 마음은 둥둥 떠다녔었다. 게다가 연고지가 전혀 없는 곳도 아니어서 막내고모가 살고 계신 곳이었으니까.

고모댁에서 하루 밤 묵으며 잠이 잘 안 와 이층 베란다에서 바라 본 제주의 여름밤, 더위를 씻으려고 담갔던 물의 감촉, 난생처음 먹어본 문어죽, 산책중에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와 비로 씻긴듯 맑아진 햇빛, 그리고 이제는 사진속에서나 만나 볼 뿐인 곳곳의 이국적인 풍경들과 그 시절의 모습들..

정말 오랫만에 옛기억들을 문턱삼아 얼마전 출간된 진광불휘(정원선)님의 책, <제주 풍경화 風景話>속으로 들어가본다. 제목이 말해주듯 335쪽에 달하는 이 책은 제주의 바람과 풍광, 그리고 그 사이를 걸으며 느꼈던 평안과 도취, 행복감에 대한 고백이다. 때로는 삭막하기 그지 없는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삶의 위로를 찾기위해 시작했던 제주로의 이동은 처음의 관광에서 여행으로 바뀌고 또 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머물고 살고 싶은 정인(情人)같은 곳으로 변모한다. 저자는 직접 발품을 팔아 누구나 알만한 명소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눈길이 닿기 어려운 숨은 풍광까지 사진과 글로 풀어낸다. 상품화되고 정형화된 여행이 아니더라도 가볍게 떠나 홀로 산책하듯 천천히 발견해가는 제주에 대해 이야기한다. 삼양의 해변가에서 만난 "천지간의 황홀" 과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을 부르면 나타날 것 같은 수월봉, 제목이 블로그 친구분의 닉네임과 같아서 더 친근하게 다가왔던 곽지해수욕장과 빌로우비치호텔, 그리고 이름조차 처음 들어보는 제주의 식물과 먹거리에 이르기까지 그 수고로움과 사유의 자취를 따라 책장을 넘기는 즐거움은 솔솔치 않다. 마침내 책의 마지막 쪽까지 이르러 표지를 덮을때면 "지금, 이 자리에서 제주를 꿈꾸다" 라는 부제의 뜻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때 망설임없이 훌쩍 떠날 수 있는 것, 그것을 부러워만하지 않았나 싶다. 늘 시간과 비용을 핑게거리로 삼아 한 번쯤 꼭 가고싶은 곳, 정작 하고 싶은 것에 대해 눈감고 있지 않았나싶다. 올해 못가면 내년에 가지 후년엔 갈꺼야, 그러다 언젠가 갈꺼야  이런식으로 미루기만 하지 않았나싶다. 그러는동안 생활과 일상으로 포장된 시스템안에 적응하며 안주하는 쪽으로 자리를 잡아 행동으로 옮기는 건 점점 더 어려워지지 않았나싶다. 그렇게 놓쳐가는 소소한 것들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 그것이 개인적으로 다가 온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이기도 하다.


  
제주풍경화 (風景話)

지금, 이 자리에서 제주를 꿈꾸다 
 
정원선 지음
더난 출판사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