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안의 필름 2008. 11. 20. 00:54

굿바이 레닌 - 지상 최대의 거짓말! ^^




"1978년 8월 26일 독일에서 최초로 우주선이 발사되던 날 우리집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열살남짓한 소년, 알렉스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하는 <굿바이 레닌>은 재밌고
훈훈한 영화이다.
어린 알렉스와 누나가 여름별장에서 보낸 아버지와의 즐거운
한 때가 비디오테이프로 플레이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곧 이어  서
독에서 열린 학술회의에 참가했던 아버지가  적국의 여자와 사랑에 빠져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라는 아들의 멘트가 이어지면서 방향을 잡기시작한다. 사회주
의가 온전하게 실현되는 세상을 꿈구는
엄마는 충격에서 벗어나  집에서 아버지
의 자취를 모두 없애고 열혈당원으로 변신해 아이들을 정성껏 키운다.
그렇게 시
간이 흘러 10년 뒤인 1989년,  20대에 접어든 알렉스는 당시 한창 무르익어가기
시작하던 냉전시대의 종말을 예고하는 해빙무드을 타고 동독과 서독의 자유왕래
와 서신교환등을 요구하는 반정부시위대에 참
여한다.
시위대에 동참한 아들이 경
찰에 끌려가는 장면을 목격한 어머니가 충격
으로 쓰러진다. 
코마상태는 수개월간
지속되고 그 사이 동과 서로 나뉘어져있던 
베를린 장벽이 해체되는 역사적 순간을
맞이한다.  그 이듬해 동독과 서독이 재
통일되는 시기가 가까와 올 무렵 마침내 어
머니는 8개월간의 혼수상태에서 깨어
난다.


문제는 코마의 원인이 심장발작이라 조그마한 충격에도 돌아가실 수도 있다는
것. 그때부터 아들 알렉스의 머리가 복잡해진다. 열혈 사회주의 당원이셨던 어
머니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서구 자본주의 물결이 자기 집에도 침투했다는
걸 알게 되는날이면..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집안을 완
벽하게 통일이전의 분위기로 바꿔놓는다. 
어머니가 찾는 동독제 오이피클이 생
산을 중단해서 구할 수 없자 쓰레기통을 뒤져서 간신히 라벨을 찾아 네덜란드제
오이피클에다 붙여서 깜쪽같이 속이는가 하면 어머니 생일날엔 아이들을 초정해
서 동독시절 초등학생들이 학교에서 부르던 사회주의찬양가를 불러드린다. 하지
만 알렉스의 눈물겨운 효행도 방에 TV를 설치해달라는 어머니의 요구에 거의 좌
절하다시피하는데.. 구하면 찾는다고  방송쪽에서 일하는 절친한 친구의 도움으
로 동독시절 녹화해두었던 방송테이프를 틀어주는것으로 일단 위기를 넘긴다. 한
술 더 떠서 그들은 직접 뉴스 시나리오와 멘트를 작성해서 녹화를 한 프로그램을 
방송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어머니는 세상이 이전과 달라지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그럴때마다 아들은 그 상황에 맞는 또 다른 시나리오를 각색해서 뉴스시간에
내보내는 식으로
 어머니의 의구심을 풀어드린다. 서독의 노동자와 실업자들이
일자리를 구하러 동독으로 계속 이주해온다는 뉴스를 듣곤 서독난민을 위해
돕고싶다는 의사를 밝히는 어머니앞에서 더더욱 난감해지는 알렉스. 그 즈음
어릴때 떠난 후 전혀 소식을 모르던 아버지를 봤다는 누나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영화는 아들이 사랑하는 어머니를 충격에서 보호하기위해 기상천외한 거짓말을
계속 해야만 하는 상황에 촛점이 맞춰져있다. 하지만 그 에피소드들은 굉장히
감동적이고
훈훈하며 사랑스럽다. 베를린장벽 해체와 독일의 통일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한 가족사와
인물들, 알렉스와 어머니 그리고 친구들의 시선을 통해서
사회주의가 해체되고 레닌의 동상이 철거되기는 했지만
그 세상에도 삶의 충만함
과 생활의 기쁨이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어머니역의 배우가 인상적이었는데 그녀는 아이들을 훈육하고 자신이 바라
사회주의 실현을 위해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이상주의자로 표현되고 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게 해주는 것은 그녀의 아들, 알렉스이다.  그는 어머니를 위
해 
지상 최대의 거짓말을 하기에 이른다. 어차피 독일통일이 이루어진 마당에
언젠가는
어머니도 그 사실을 알게 될텐데 이왕이면 그 절차를 동독이 서독으로
흡수 합병되는것이 아니라 동독이 서독을 향해 기꺼이 문을 여는 쪽으로 각색하
기로 한 것이다. 결국
알렉스가 연출한 베를린 장벽을 허물고 활짝 열어제친 사
회주의의 승리는 곧 그들이 
늘 생각했고 실현되기를 바랬던 세상이 아니었을까싶다. 

레닌의 흉상이 헬리콥터에 매달려 어디론가 사라진 뒤..어머니의 유골이 담긴 폭
죽이  아버지와 알렉스, 가족과 지인들이 보는 앞에서 하늘을 향해
우주선처럼 발
사된다. 불꽃이 된 어머니는  밤하늘에 별처럼 반짝이며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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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글 사이 2008. 11. 15. 18:01

책읽기와 꿈




"할 일의 목록은 없었다. 그 자체로 섭리가 되는 날. 시간. 나중은 없다. 지금이 나중이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든 것들, 너무 우아하고 아름다워 마음에 꼭 간직하고 있는 것들은 고통 속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슬픔과 재 속에서의 탄생. 남자는 잠든 소년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나한테는 네가 있는 거야
"

<THE ROAD 로드 64쪽>




꿈속에서 예전에 관람했던 영화의 장면이나 스토리가 재현된다거나

혹은 독서중인 책의 내용이 이미지로 투영되는 그런 일들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막상 체험을 하게되면 왜 하필 그런 꿈을 꾼거지?
하고 좀 의아해지곤한다.


잊어버려서 그렇지 예전에도 그런 경우가 몇 번 있긴 있었다.
지금 기억나는건  꿈의 내용이
아니라 책과 영화속 대상들이 꿈이라는
스크린을 통해 자동플레이 된 적이 있었다는 것인데
그런 상황들은 매번
아득한 느낌들,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교차로앞에 선채  신호등의 불이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는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코멕 맥카시(Cormac MaCarthy) 소설, <로드 THE ROAD>를 읽고있다. 
150쪽을 넘겼는데  사실 진도가 그렇게 잘 나가진 않는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는것은 또 아니어서
중간에 놓고 싶을 정도는 아니다.
대재앙
이 지나간 이후 거의 모든 생명체가 멸종된 지구라는것과
미국의 어떤(예전엔 꽤 유명했던)도시일거라는 짐작은 가능하지만

소설속엔 핵폭팔같은 재앙의 묘사나 배경이 되는 장소에 대한 언급이없다. 
그뿐만 아니라 주인공으로 보이는 이들의 이름조차 알려주지 않는다.
생존자인 남자와  그의 어린아들이 따뜻한 남쪽을 향해 먼 길을 떠나는 과정이
서술되어있을 뿐이다. 살아남은 난민들은  생존을 위해 사람을 잡아먹는
인간사냥꾼이 되어 있고 추위와 굶주림, 죽음의 공포와 위기를 시시각각
대면하면서 
남자(아버지)는  아들을 지키기위해 길을 재촉한다.


남자가 드문드문 떠올리는 재앙이 닥치기전의 세상에 대한 기억들은 
일종의 오버랩기능을 하지만 때론
글이 나가는 길을 멈추게도하고
퍼즐의 장면들을 맞춰야하는 수고스러움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둠이상으로 어두운" 밤과 "차가운 녹내장이 시작되어 세상을
침침하게 지워가는듯한" 낮은  그들이 걸어가는 길 위에서 지난하게 펼쳐진다.


어제 밤 늦게까지 책을 읽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침나절 잠시 깨었다가
다시 잠든 사이에 꿈을 꾸었고 그것은 로드의 이미지와 너무도 흡사했다. 
나를 비롯해서 가족들과 지인들의 모습이 나타났고
배고픔과 추위대신 아픔과 질병이 지배하고 있었다.
꿈속에서 독수리같이 생긴 새가 내 등과 심장쪽을 날카로운 발톱으로
쪼으는것 같은 아픔이 지속되었고 고통을 호소했지만 그런 나를 어떻게 
도와 줄 수 없다는 듯 무표정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탁 막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기억이 희미해져버린 우울하고 설명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이어졌다 .
 
등쪽에서 심장까지 박혀있는 새(독수리?) 발갈퀴의 묵직한 날카로움,
그 느낌은 너무도 생생했다. 실제로 물리적인 상흔을 당한 것 처럼 말이다.

(물론 천만 다행으로 내등과 심장주위엔 흉터하나 없이 말끔하지만 ^^;)
아침나절 내내 컨디션도 그렇고 기분도 가라앉아 있다가 오후가 지나서야
평소의 상태로 돌아왔다. 그리고 꿈에 대한 기억도 점점 엷어져서 나중엔
아주 투명해진 것 같다.



이런 종류의 꿈은  예지몽은  아닌것 같고 다만 <로드>라는 책 속의 배경이나
분위기 내용들이 나의 어떤 부분들을 터치한 것 같긴한데 그것을 섣불리 해석
하기엔  내가 가지고있는 자료나 근거 기억들이 너무 불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투명해진 기억처럼 그렇게 잊기로했다.



 

2008. 11. 10. 00:19

붉은돼지 / 時には昔の話をしよう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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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시선 2008. 11. 6. 23:13

11월 계절이 지나간다..


 




 2008년 11월 7일. 산요 작티J4 무보정 원본
 
이맘때면 생각나는 시티즌 앤 제인.
휘파람 소리가 그립다. 휘파람 불고싶다, 멋지게. 


약이 떨어져 멈춰버린 탁상시계와 손목시계,  1년만에 밥을 주었다.
7년을 신었지만 아직도 본체가죽은 꽤 쓸만하고 뒷굽이 갈라진 랜드로바를
수선해달라고 맡겼다.  열흘뒤면 거의 새구두가 된다.
여권연장하라고 통지서를 받은게 지난 8월말,
10월말 구청에 연장신청을 했고 오늘 새여권을 수령했다

그사이  전자여권으로 바뀌었다.
청바지를 줄이고 떨어진 자켓 단추를 달았다. 
그동안 받아놓았던 스킨.로션 샘플을 하나씩 하나씩 알차게 쓰고있다.

취업사이트에 비공개로 올려놓은 이력서에 맞춰 매일 메일로 맞춤취업정보가
도착한다. 벌써 3페이지를 넘어섰다. 
이참에 그림을 배워(그려)볼까? 그런 생각이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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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Buena Vida- buenav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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