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시선 2009. 1. 14. 22:41

장 자크 상페: 하나의 공간을 이루는 4장의 그림들?


부럽기도 하지. 온 벽면을 바닥에서 천장까지 가득채운 서가며   바닥에 깔린 폭신한 양탄자,  등받이가 있는 긴 소파에 기대어 완전히 릴렉스한 상태에 빠져있는 사람들, 책상위에 가지런하게 놓여있는 필기도구와 편선지들.  서가 한 편에 놓여있는 램프 등. 이곳에 사치와 평온과 쾌락이 깃들지니..!






장 자크 상페의 그림을 보다가 문득 이 4장의 그림들이 모두 하나의 공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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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글 사이 2009. 1. 12. 23:10

도서실. 책읽기. 그리고 무수한 茶들의 향연

 

이렇게 추운날엔 도서관 열람실은 책읽기에 가장 아늑한 장소이다. 보온과 난방이라는 측면에선 집보다 백배 낫다. 올해엔 다이어리 한 면에 읽은 책들과 읽을 책들을 적어두자 했는데  아직까지는그 약속을 즐거이 따르고 있다.   해서 지금까지 읽은 책들은:


- 김도언 <철제계단이 있는 천변풍경>
- 우석훈 <직선들의 대한민국>
- 백석詩集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모닥불>
- 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유럽의 역사 
- 그리고 <파브르의 곤충기> 중 제 2권 


쇠라의 '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를 책표지로 선택한 <철제계단이 있는 천변풍경>은 단편소설 모음집이다.첫번째로 실린 단편이 바로 <..천변풍경>이다. 화가인 남자가 우연히 빗 속에서 만난 여자와 동거를 시작하면서 그녀를 만나기 前의 시간과 만난 後의 시간을 삶의 生動(혹은 전력질주해서 달렸던)과 休止(이완)으로 깨닫는 과정을 사실적이면서 약간은 몽환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이제 쇠라의 '그랑자트의 섬의 일요일 오후'를 보면17개의 철제계단을 올라가는 천변의 그 집에서  "따뜻한 홍합국물" 을 마시고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지나가는 어린 학생들의  재잘거림을 뒤로 하고 마냥 착하기만 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젊은 그들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백석의 詩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놀라며 감탄하고 있다. 그의 詩는 내가 알지 못하는 사라진 언어의 寶庫이구나 싶다. 그 말 밖에는 아직.. 
 

우석훈의 <직선들의 대한민국>,  너무 재밌어서 단숨에 읽어버렸다. 진도가 잘 나가는 책이다.
재밌기만 한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거슬렸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근거있게
진단해 주었다는 점이 이 책의 미덕이다. 건설과 아파트 공화국인 대한민국은 진정으로 아름답게
산다는 기준과 가치가 실종된 곳이다. 저자가 미학이라고 표현하는 삶의 기저는 그냥 이루어지는게 아니라사회 구성원들(특히 정치인과 그들의 똘만이들) 이 정말 제대로 사유하고 고민할 수 있을 때 마련 될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했던 부분이었다. 우석훈은  여러권의 책을 집필한 걸로 알고 있는데 아직 할 말이  많은 사람같다. 다른 책들도 기회되면 읽어보고 싶다.


.....

 
*
옷을 껴입고도 추워서 담요를 두르고 있을 때가 많고  잘 때는 수면양말에 수면장갑에 머플러까지 하고 자니.. 이거 내가 집에서 잠을 자는건지 1박2일팀에 끼어 야외에서 자는 건지 구분이 안가고 있다 --;  이같은 날씨엔 실내온도 20도를 유지해봐야 온 몸으로 들이닥치는 냉기를 막기엔 역부족인걸 어쩌랴. 몸에선 계속 따뜻한 것만 요구하고 제일 만만한게 마시는거라 어제 오늘 마신 茶만 열댓잔은 될 것이다. 커피. 코코아. 우유. 꿀. 모과차. 유자차. 녹차. 감잎차. 우롱차. 국화차. 홍차. 쟈스민차.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무수한 茶들만 디립다 마시고 있다.









 

내안의 필름 2009. 1. 7. 22:48

하나-비/Hana-bi



HANA-BI 불꽃놀이 혹은 폭죽.
花火 하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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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폭력배(야쿠자) 전담 형사 니시의 생활은 폭력배들과의 목숨을 건 대결, 그들의 위협과 미끼와 복수극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현장과 죽고 죽이는 잔인한 폭력들로 꽉 차 있다. 그런데 피냄새가 진동하는 니시의 일상을 한 겹 더 들어가 보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한 가정과 가족의 불행한 역사와 만나게 된다. 그는 몇년 전 어린 딸아이를 잃었고 그 충격때문에 실어증에 걸린 아내는 암에 걸려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검은 선그라스로 가린 그의 얼굴은 아무에게 보여주고싶지 않은 환부같은것일까? 거침없이 총을 빼서 적에게 단호히 방아쇠를 당기는 이 남자의 손은 참 비정해 보인다. 그것은 드러난 손이다. 하지만 그에겐 드러나지 않은 다른 손이 있다. 굳이 내보이고 싶지 않고 의도하지 않아도 보여지는 손. 그 손으로 니시는 아내를 보살피고 눈내리는 언덕받이를 좋아라하며 아이처럼뛰어가다 웅덩이에 빠진 그녀의 손을 잡아 꺼내준다. 아내와의 마지막 여행을 위해 주저없이 은행을 털기도한다.  범인을 검거중에 총에 맞고 불구가 되어 형사직을 사임한 동료 호리베에게 매달 그림도구 일체를 부쳐주고 죽은 동료의 아내에게 달달이 약간의 돈을 송금해준다.

물론 하나의 손이 다른 편의 손을 상쇄해 주지는 않는다. 그는 두 가지 행위 사이에서 갈등할 테지만 어느것이 옳고 어느것이 그르다고 말 할 수 있을까. 그에게 중요한 건 명예나 공명심, 출세따위가 아니라  단 한 사람 남은 유일한 가족, 아내 미유끼일테니 말이다. 가족을 잃은 상실감이나  한 때 온전했던 가정에 대한 향수는 <하나-비>의 내면에 흐르는 정서인것 같다.  니시는 딸이 죽었고 곧 아내도 잃게 될 것이며 호리베는 불구의 몸으로 아내와 딸에게까지 버림받는다. 그가 그린 그림들은 상실 以前의 그 곳으로 돌아가고픈 열망들이 잘 나타나 있다. 호리베는 자기를 찾아 온 니시에게 모든걸 잃은 후 오히려 홀가분해졌고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 것 같다는 말을 한다. 비록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니시의 삶은 자신의 것보단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하나-비>는 무엇보다 인상적인 영상을 구현하고있다.  "다케시 블루"라고 불린다는 파랑색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것은 <하나-비>를 상징하는 색조같기도 하다. 고뇌와 우울함, 죽음과 담담하게 대면하는 색조. 한 사람의 존재 전부이다싶은 슬픔들.. 하지만 그것에 압도당하지 않고 아침마다 해를 마주보듯 그 사이에서 평온과 웃음조차 건낼 수 있는 그런 기운이 깃들인 색조같다.   

실어증에 걸린 아내가 니시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말은 "고마워요" "미한해요"
 였다.  누군가에겐 지진아같이 보였을  미유꼬는 사실 남편이 자신을 위해서 한 모든것들을 잘 알고 있었다. 다 감지하고 있었다. 마지막 장면은 바닷가인데 동료형사들이 야쿠자들을 모두 살해하고 아내와 함께 한 때를 보내려고 온 니시를 체포하러 온다. 니시가 잠깐 시간을 달라고 부탁한다, 아주 잠시 동안이면 된다고.. 동료형사는 그를 기다리면서 이렇게 말한다.
"난 결코 그와 같은 삶을 살 수 없을 것 같아."
그러고 얼마 후 두 발의 총성이 울린다.  
폭죽이 터지듯이..


 

■ 기타노 다케시

FILMOGRAPHY

DIRECTOR

1989 VIOLENT COP/그남자, 흉악함에 관하여
1990 BOILING POINT / 비등점
1991 A SCENE AT THE SEA / 그 여름 한없이 조용한 바다
1993 SONATINE / 소나티네
1995 GETTING ANY? / 모두 할 수 있냐?
1996 KIDS RETURN / 키즈 리턴
1997 HANA-BI / 하나-비
1999 기쿠지로의 여름
2004  피와 뼈
2008 Achilles and the Tortoise/ 아킬레스와 거북이
2008 To Each His Cinema / 그들 각자의 영화관

ACTOR

1983 MERRY CHRISTMAS. Mr. LAWRENCE /전장의 크리스마스
1993 MANY HAPPY RETURNS / 매니 해피 리턴스
1994 JOHNNY MNEMONIC / 코드명 J
1995 FIVE OF THEM / 그들중 다섯

하나-비
감독/각본/편집: 기타노 다케시
음악: 히사이시 조
촬영: 야마모토 히데오
조감독: 시미즈 히로시
니시 역: 기타노 다케시
호리베 역: 오수기 렌
미유끼 역: 키시모토 가요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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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마지막이라는 어제



마지막이라는 어제


 
며칠 전, 그러니까 지난해의  마지막날은 
엄마가 부탁하신 일, 내 볼일, 집안 일등이 한꺼번에 몰려 있었고 각각의 일들을
처리할 장소가 달랐기때문에 좀 분주하게 움직였다.
타은행에 비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싶은 c은행을 찾느라 검색까지 했고
의외로 시내가 아닌 같은 구역에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그 위치가 매우
애매모호했다.  실제로 찾아가는데는 시내 한 복판에 있는 다른 곳에 비해 시간도
수고도 별 차이가 없지 않았을까 싶다.  일 끝내고 돌아오는길에 책방에 들려  2009년
다이어리를 때맞춰  장만할 수 있어서 흡족했다. 다이어리 커버에 씌여진 문구는
Thank you for my everyday ..
아~ 드라마틱하게 시작된 12월이 마치 콘칩을
안주삼아 맥주 한 잔을 마신 후의 취기처럼
마무리가 된 기분이다. 
기분일뿐이지만 어쨋든 그게 어딘가 하하~


새해 첫..

새해 첫 날엔 눈이 왔으면 싶었다. 1월의 눈, 밤새 내린 눈이 세상을 하얗게 덮은 풍경을 바라보고 싶었다. 눈이 녹아 질척거리고 불편해지는 현실보다는 눈이 내려서 눈이 황홀해지는 그 순간을
맞이하고 싶었다.
그제 어제 한때 열심히 구워놓았던 CD들을 들춰보다가 몇 년만에 <러브 액츄얼리>를 다시 봤다.

그래,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 4주전부터 바로 당일까지의 이야기였지. 
유효기간을 따진다면 조금 늦었거나 너무 빨리 이 영화가 내 앞에 나타났다.
한물간 록스타에서 생애 처음으로 찾아온 사랑에 안절부절하는 초등학생까지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약 4주간에 걸쳐 사랑의 숨박꼭질을 한다.  콜린 퍼스, 엠파 톰슨, 리암 니슨, 휴 그랜트 ,그리고 키이라 나이틀리에서 이름을 알 수 없는
그 사람들이 배우가 아닌 오랫만에 만나는 지인같아서 영화안으로 들어가 반갑다고 포옹이라도 하고싶은 심정이었으니..
순간 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게 분명하다. (후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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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 그리고 사람들



 12월 26일이네요. 크리스마스가 지났고 이제 닷새후면  2008년과도 작별입니다.
 참 파란만장했던 한 해가 저물어가는군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와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
 그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 올 한 해는 어떻게 기억이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숭례문전소,
 미친소와 광우병, 촛불시위, 고유가시대, 미국증시폭락, 10월의 대공황사태.., 이런 암울한 단어들 
 말고도 개인적으론 기쁘고 충분히 축복받을 만한 일들도 많았을텐데 말이죠.

실은 지난주에  몇몇 친구들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냈습니다. 문구점에서 카드를 고르고 펜으로편지글을 쓰고 우표를 부쳐서 동네에 있는 우체국이 아닌 우편취급소에서 발송을 했어요.
이런식으로 카드나 편지를 보내 본것이 몇 년만이지 모르겠어요. 올해는 카드메일이나 웹메일은 생각조차 안했고 어쩌다보니 문자마져 보내지 못했네요. 카드 몇 장, 그게 다예요. 다만 오랫만에
쓰는 글이 너무 좋았고 그 시간들이 큰 위안이 된 것 같기도 합니다.  
 
게다가 친구 덕분에 <렛 미 인>을 봤어요.  봐야지 봐야지하면서 어느새 잊고 있던 영화였는데.. 포스터에 등장한  옆모습의 금발소녀는 알고보니 오스칼이란 이름을 가진 소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엘리는 동양적인 매력을 지닌 뱀파이어 소녀더군요.  북구의 설경과 핏빛이 그렇게 잘 어울릴지 몰랐습니다. '렛미인' 은 인간이 뱀파이어를 초대한다는 의미입니다. 초대를 받지 않고 인간의 방에 들어간 뱀파이어는 온몸에서 피를 뿜게 되니까요. 

오늘은 정말 어찌나 춥던지요,  이래저래 일이 있어서 거의 하루종일 바깥에서 지내야했는데
집에 들어와서도 얼굴이 벌개져선 한 참 동안 손으로 볼을 문지르고 손을 비비고 그랬어요.
저녁엔 두부와 호박을 넣은 된장찌게를 먹었는데 그 훈훈함에 속이 다 풀어졌습니다.

세밑인데.. 다들 잘 지내시나요? 오랫만에 안부인사 전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의 시간들, 무엇보다  따뜻하고 평안하게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한 해의 기억들을 되돌아보니  여러 사람들의 모습들이 떠오르고 글이라도 써서 기록해두고
싶은 것들도 있네요.

 * 얼마전 바탕화면으로 깔아놓은 그림인데 이 그림을 볼때마다 <나니아연대기>랑
 오래전에 받았던 크리스마스 카드도 연상이 되고 그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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