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낮에게 2009. 12. 25. 19:22

파이어폭스 @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연휴 첫 날
마침내 인터넷 익스플러로 에서 파이어 폭스로 갈아탔다.
실은 꽤 오래전부터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근 10여년을 사용해 온
I.E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기에 피일차일  미뤄온 것 같다. 

바탕화면에  빨간 여우 아이콘이 생겼고 아직은 전체적인 틀이 약간 달라졌다는 느낌뿐이다.
파이어가 속도가 좀 느리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그 점은 잘  모르겠다.
오히려 오전 내내 PC 클린을 한 탓인지  전 보다 더 빨라졌고 툴바와 기본 설정이 조금
다르긴 하더라. 즐겨찾기를 여기선 북마크로 부르더군.

그리고 파이어 에선 글을 쓸때 글자를 화면에 꼬매듯이 __  이런 박음 표시가 그림자처럼 따라 온다.
좀 신기하다 지금도 계속 따라오고 있음 ㅎㅎ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될거 라더니 오히려 그루미 크리스마스가 아닌가? 싶었는데
늦은 저녁부터 눈이 내리고 있다. 어느새 길을 하얗게 덮었고 발빠른 경비 아저씨는
현관 앞에 쌓인 눈을 쓸고 계신다.
어쨋거나 분위기 자체가 그렇게 나쁘진 않다.
연휴에 할 일 중에 거의 절반을 오늘 끝마쳤기 때문에 내일과 모래는 조금이나마
여유있게 보낼 수 있을 듯 하다.

낮엔 어제 사 온 치즈케익을 먹었다. 
굉장히 진하고 게다가 꽁꽁 얼어서 케익보다는 아이스크림에 가까운 맛이다.
반 조각이면 딱 좋다. 

믹 잭슨 이라는 사람이 쓴 '뼈 모으는 소녀' 를 읽었다. 원제가 TEN SORRY TALES
굳이 옮기자면 '열편의 짠한 이야기' 정도가 될까?  열 개의 단편을 읽으며
SORRY라는 의미에  대해 여러가지로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난 다음 가장 가슴에
닿아 온 의미는 짠하다 라는 말이었다. 물론 개인적인  해석이다. 
믹 잭슨의 이야기는 오래된 책들을 하나 하나 펼치고 싶었던 12월에 읽기에  딱 좋은 책이었다.
에드워드 고리와 닮은 분위기도 맘에 들었고..

이 책에 대해선 따로  리뷰를 올릴 예정이라 오늘은 여기서 그만.

그리고 ^^

 








메리 크리스마스!
좋은 휴일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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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음악들 2009. 12. 15. 23:50

조규찬콘서트- Christmas Swing




2009년 12월 13일 일요일 오후6시 공연
장소 : 대학로 르메이에르 소극장


친구의 초대로 가게 된 '조규찬 콘서트, 크리스마스 스윙'
이번이 두번째 가 보는 공연이다.
지난번과 다름없는 조용하고 조촐한 무대,
2층을 합해야 200여석이 될까말까한 관객석.
소등이 된 무대 중앙에서 반짝이는 'Christmas Swing' 
  오래전부터 그의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자그마한 콘서트장을 훈훈하게 달군다.

그는 노래자체가 하나의 이벤트라고 이야기한다.
콘서트에서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보다는 노래로서
음악으로서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램,
이번 공연에서도 줄곧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조규찬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서울하늘'이 1부  두번째 곡으로 나왔다. 
  재즈 버전의 '서울하늘'은 발라드풍의 원곡과는
다른 색상이지만 라이브가 주는 힘을 얻어
좀 더 풍성하고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노래와 노래 사이에 간간이 이어지는 멘트들,
그의 목소리를 듣다보면 평소에도 저렇게 말을 할까?
싶어질 정도로  조심스럽게 조용조용 말을 이어간다.
유재하음악제 대상을 받았던 '무지개' 는 그가
고등학교 시절 어느 여름날 혼자 방에서
기타 연습을 하다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만든 곡이라고 한다. 그 나이또래의 감성만으로
온전하게 작곡한 곡이었다며 그래서 더 애정이
가는 노래라는 이야기도 했다.


즉흥적인 멘트와 이미 씌여진 대본 사이에서 그는
관객의 반응이 어디쯤에서 나와야 할 지에 대해
또 어쩌다보면 그 순간을 놓쳐버린다고털어놓기도 하지만
 관객은 그런 고백에 동감하면서 웃음을 터트리게 된다.

오랫만에 흥겹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은 오히려 지난 공연 때 더 많았지만
이번 공연의 모든것은 Greeting의 계절과 유난히 힘겨운 시절에 대한
위안이자 작은 기쁨일 수도 있겠다 싶어진다.


스윙재즈와 더불어
베이스와 피아노, 기타연주를 해 주신
 최우혁, 전영세, 윤종률 씨에게도 박수를!!




라인 업

1부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조규찬
 
서울하늘
크리스마스
잠이 늘었어
그리고 또 많은 곡들..


2부 보컬리스트로서의 조규찬

 As time goes by
크리스마스 송
제목이 기억 나지 않는 몇몇 곡들
등등.. 스윙재즈로 이어진 시간


앵콜송- 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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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 '강' / 한유주 '달로'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 황인숙, 「강」



 ....

만일 이 詩가 풍경이거나 사람이었다면 
단 한 마디도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을 것 같다.
얼음장같이 차갑군 하면서,
하지만  구구절절 정말 그렇지 아니한가.. 하면서
당신에게 이해를 구하거나 유대감을 호소하기 보다는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는 게 정녕 옳지 않을까 싶어 지면서
그땐 정말 당신과는 눈도 마주치고 싶지 않아
강만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




한유주 소설집 「달로 」


"밤은 낮의 거대한 그림자였다. 밤은 언제나 낮이 잊혀지는 순
간에 소리 없이 잦아들었다.
더 이상 내밀할 수 없는 검은 하늘
이 모든 사물의 뒷면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낮이 되고 사물이
만들어 낸 그림자의 각도가 조금씩 달라지면 태양 아래 발각된
안식은 지친 제 몸을 애써 숨기려고 하지도 않았다. 태양 아래
에서, 햇빛 사이에서, 아침이 오면, 먼 옛날이야기로, 아침 해
와 눈이 마주치면 먼지로 부서져버렸던 사람들처럼, 아니면 물
처럼 녹아 모래 사이로  스며들었던 사람들처럼, 혹은 사람이 아
니었던 사람들처럼, 그림자와 그림자들은 아무런 이야기도 내
뱉으려고 하지 않았다  "


<달로 14쪽>

 
.....

서사적인 이야기나 스토리 텔링과는 거리가 먼 글이다.
쉽게 몰두해서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글도 
모두 다 이해가 되는 글도 아니다. 
초현실주의 풍의 그림과 동화와 전설 그리고 오래된
잠언을 섞어 놓은 듯한 글들의 읖조림과 모놀로그.
그런 문체와 문장들이 견딜만하다면 그 순간부턴 오히려
술술 읽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글들엔 분명한 중독성이 있다.
말과 글의 실타래, 어디까지 풀어놓을지 모르는
어디가 시작이고 끝이 될 지 모르는 서로가 서로를 흡수하고 
반사하는 글들의 파노라마.
분명한것은 그 안에 소설이라는 통상적인 이야기는  짜여 있지 않다는 것.
독특한 소설이지만 난해하다고는 말 못하겠다. 

한유주 라는 작가에 대해 전혀 아는 바 없이 들었던 책이지만
이 한 작품으로 조금은 그녀에게 관심을 갖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밤이 낮에게 2009. 11. 24. 00:29

11.23


 11월의 마지막 주간, 날은 포근하고 첫눈은 아직 내리지 않았다.
사무실에선 난로 한 대와 온풍기 2대로 그럭저럭 이 겨울을 날 것 같다.
실내용 가디건과 두툼한 무릎담요, 털이 복실복실한 실내화를 가져다 놓았다. 
지난주에 겨울용 목도리를 뜨기시작한 사무실동료는 오늘 거의 완성된 작품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손으로 하는 건 거의 못하는 게 없다. 화분갈이부터 허브키우기 뜨개질과 자수, 바느질
게다가 그림까지.. 다행히 요리는 그닥 취미가 없단다. 하지만 마음이 없어서 그렇지
하기로 마음먹으면 분명 요리까지도 잘 할 사람이다.
 

반년동안의 아르바이트 생활을 끝내고 이곳에서 새롭게 일을 시작한지 두 달이 좀 넘었다.
조그만 법인회사, 사장님을 포함하여 열댓명의 직원들, 두 개의 사무실과 한 개의 회의실.
오래된 동네, 사무실로 가는 골목길은 흡사 1970년대의 동네를 걷는 느낌이다. 
단층짜리 건물들이
빼꼭히 들어선 길목에 한옥을 그대로 쓰는 음식점들, 노점상과 빵집,
구두수선집, '아륻다운 가게'와 편의점들이 
들어서있다.
사방이 골목이다. 도시적이고 세련된 것과는 거리가 먼 변두리의 정서들. 

이렇게.. 긴 겨울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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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해 보았습니다 ^^;



 

요리명 :
정확한 이름은 잘 모르겠어요,  왜냐면 제가 맘대로 만든거라서요.
그래도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카레 토마토 닭찜 정도가 될 것 같아요. 

장 보고 그러는것도 귀찮고 해서 집에 있는 것 가지고 만들어 봤습니다.
대신 냉장고며 베란다 쪽을 좀 뒤져야 했습니다.
우선 냉동실을 열어보니 뒤쪽에 꽁꽁 언 닭고기가 있길래 냉큼 꺼냈고
야채실을 뒤져보니까 양파와 토마토 고추가 엄청 많이 있더군요.
(토마토는 너무 익어서 당장 먹지 않으면 터져버릴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무우도 1개 반 정도가 있었구요,
음료수 칸 사이로 모 브랜드에서 나온 분말용 인도카레가 눈에 띄었어요. 

야채들을 죄다 꺼내서 씻은 다음 도마를 앞에 두고
잠시 생각을 했습니다. 카레 요리가  될 것 같은데 뭘 만들지?
카레라이스를 만들기엔 당근이나 감자등의 재료가 없고 
그렇다고  닭튀김을 하기엔 너무 복잡하고 자신도 없고
해서 카레와 닭 토마토를 넣고 찜 요리를 하기로 했습니다.

만드는 법 : 아주 간단해요

1. 토마토 다섯 개를 스파게티 할 때보다는 조금 크게 썰구요.
2. 양파 2개  중간 정도로 썰어 줍니다.
3. 무우는 찜 할때 냄비 바닥에 깔 거라서 보통 두께로 반달모양으로 썰었습니다.
4. 그리고 고추는 가운데를 가르고 4-5등분 했어요.
5. 마지막으로 닭 가슴살을 잘 다듬어서 먹기 좋게 썰어 줍니다.


소스 만들기

움푹 들어간 후라이팬에 기름 두르고 토마토와 양파를 살짝 볶아줍니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좀 하구요.
그다음엔 고추를 넣고 같이 볶다가 카레가루와 간장을 넣어서 간을 맞추며 섞어줍니다.
토마토에서 즙이 나오며 걸쭉하게 소스가 되가면 물을 반 컵 정도 넣습니다.
마지막 단계에서 마늘 3쪽을 잘게 썰어서 넣어주면 끝. 


카레 토마토 닭찜 만들기

냄비에 반달모양으로 썬 무우를 깔아주고, 그 위에 손질한 닭들을 놓습니다.
그리고 만들어 놓은 소스를 위에서 살살 부어줍니다. 닭이 잠길 정도가 되더군요.
이제 가스레인지에 올려좋고 중불 정도로 익히기만 하면 되죠.


사진 샷!

만드는 과정은 못 찍었습니다. 정신없어서 그런 거 못하겠드라구요. 
다 만들어서 익히는 과정만 올립니다. ^^;



닭찜이 한창 익는 중인가봐요, 냄비 뚜껑에 방울이 송송 맺혀 있네요.




냄비 뚜껑을 여니까 김이 모락모락 납니다.
카레토마토 소스에 닭이 조려지기 시작하는 단계인 것 같아요.




거의 다 익었을 무렵입니다. 잘 익었는지 하나 맛보기로 먹었는데요
와! 정말 기대 이상으로 맛이 좋았습니다.
토마토 카레 고추 양파가 어우러진 소스가 닭에 스며들어서
이국적이고도 독특한 향과 맛을 내더군요.  
제 입맛엔 괜찮았구요, 솔직히 말하면 정말 굿이었어요! ^^b



*
오랜만에 혼자 맞이한 토요일 저녁나절이라 한 번 만들어봤는데요
저 혼자만 먹을 건 아니고 내일 가족들이 다 모이면 같이 먹으려구요. 
모두들 좋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구요,
카레나 닭 좋아하는 분들은 한 번 시도해 봐도 썩 괜찮을 겁니다~ ㅎㅎ



**
오늘 일요일날 점심때 모두 모여서 시식을 했습니다.
반응은 대체로 만족스러웠어요. 다들 맛있게 먹었습니다!
한 가지  지적 받은 건데 무우는 넣지 않았으면 더 좋을 뻔 했다 고 하더군요.
생선조림이나 찜 할때 무우를 넣었던 것 같아서 그랬던 건데
육류, 특히 닭요리와는 잘 안 맞는 것 같다고 그러네요.
무우에서 물이 나와서 소스가 묽어지기도 하고요.

어쨋든 그것만 빼곤 꽤 성공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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