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낮에게 2009. 9. 24. 00:24

추분의 낮과 밤



햇빛이 좋은 날이었다. 점심을 먹고 잠시 사무실 근처를 돌아다녔다. 햇빛이 너무 강하기도 했고 시간도 많지 않아서 지하철 출구 앞에 있는 '아름다운 가게' 를 슬쩍 돌아보는 정도. 늘 그렇지만 점심시간은 너무 북적거린다. 예쁜 도자기 커피잔 세트가 나와있었다. 책은 그다지 읽을 만한게 없었고.지난 봄 이사하면서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했던 것들이 많았었는데 그땐 왜 이런곳에다 기증할 생각을 못했을까싶다..  오후 시간은 바쁜중에도 지루하고 하염없이 지나가는 시간들이 너무 아깝고 애닯기만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고.. 그렇다고 일을 열성적으로 하느냐하면 그렇지도 못하고, 이래저래 요즘 내 특기는 사무실에서 멍때리기다.

어둠이 내리면 한결 마음이 놓인다. 내가 도망칠 수 있는 영역안에서 한껏 벗어 날 수 있는 시간, 비록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하더라도. 우울함은 개인적 성향이나 기질을 벗어나 환경과 시대가 만나는 접점에서 발생하는 증후군에 가까와졌다. 집단적 우울함같은 용어로 말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밤과 낮의 길이가 똑같은 날, 오늘 하루를 그린다면 좌우가 똑같은 데칼코마니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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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시선 2009. 9. 17. 23:40

재미로 보는 나의 뇌구조


우연님댁에 놀러갔다가 재밌는 놀이가 있어서 줏어왔다.
링크한 곳으로 들어가니 온통 일본글자뿐인데
닉네임이나 자기 이름으로 검색하면 본인의 뇌구조가 나온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으로 검색하면 休 秘 愛 食 이 골고루 분포되어있는데
내가 지은 닉네임(buenavida/가장 오래되고 아직도 쓰고있다)으로 검색하니
오로지 休 만 가득하구나
일하면서도 언제나 쉬나 언제나 휴일이 돌아오나
그 생각만 하는 나랑 너무 닮아서 깜놀 --;;


혹시나 해서 친구분들이 잘 불러주는 vida로 찾아보니



 노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는 (역시나..)
 그런데 옆에 있는 H들은 무엇이냐?




*

뇌구조 알 수 있는 곳입니다.  

http://maker.usoko.net/noun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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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글 사이 2009. 9. 15. 00:07

9월, 6권의 책을 고르다



9월이 시작되자마자 허기진듯 질러버린 6권의 책이다. 
가을이고 찬 바람 부니 책을 양식삼아 부지런히 찾아 먹어야지.
이제부터 겨울을 대비해서 책살 좀 찌우자 ^^;



사진의 맨 윗쪽부터 책을 소개해본다.

1.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스완네집쪽으로- 스완의 사랑 II
   각색및 그림 스테판 외에 / 정재곤 옮김 / 열화당 펴냄

읽기 힘든 책중의 하나인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를 스테판 외에가 만화로 각색한 작품이다. 스테판이 그 첫 권을 출간하던게 꼬박 10년전인 1999년이다. 당시 그는 '만화로 읽는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앞으로10여년동안 원작의 마지막권인 '되찾은 시간'까지 완결할 거라는 야심찬 계획을 피력했었다. 그러나 그 이후 아주 뜸뜸히 평균 2년에 한 권꼴로 지금까지 총 5권이 출간이 되었을 뿐이다. 이제 겨우 삼분의 일 정도나 왔을까?  

참고로 예전에 다락방 시절 올렸던 리뷰 하나를 링크한다. 만화로 읽는 프루스트  



2. <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 외> 책세상문고 015

   칼 폴라니 지음/ 홍기빈 옮김 / 책세상 펴냄

지난 여름 신문과 인터넷을 통해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이 완역되어 출간되었다는 기사를 접했었다. 사회과학서적을 많이 읽는다고는 결코 말 할 수 없지만 유난히 관심이 가던 책이었다. 하지만 대끔 질러서 읽어내기엔  만만치 않겠다고 여기던 중 때마침 자일님이 올린 리뷰를 읽고 답글을 통해 소개받았던 책이다. 칼 폴라니의 시장 자본주의 비판이 해제로 들어가있다. 내가 읽을 수 있다고 여기고 있으니 이곳을 찾는 분들은 누구도 다 읽고도 남을 책이라고 생각된다. 


3. 생각하는 영어사전 ing
EBS 3분 영어 제작팀 지음/  인물과 사상사 펴냄

지식 e 시리즈처럼 그동안 방영되었던 EBS 3분 영어를 모아서 단행본으로 출간한 책이다. 
암기금지, '절대 외우지 마세요' 라는 특별 띠지가 책을 감싸고 있다.
당연히 안 외운다. 아니 못 외운다. 그냥 재밌게 읽을 뿐이다. 
왜 재밌는지는 직접 확인하시도록 ㅎㅎ 


4. 언니들 집을 나가다
  언니네트워크 엮음 / 에쎄 펴냄

이 책 역시 지난 여름 우연님댁에서 간접적으로 소개받았던 책이다.
원피스의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초록빛 풀밭 위를 건너 뛰어가는(마치 날아가는것 같다) 언니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목차를 보고 일단 관심이 가는 것들 위주로 읽고 있다.  지금 현재 모두 다 공감하기는 어렵겠지만 앞으로 공감할 부분이 더 늘어날 거라는 것만은 분명할 듯 하다.


5. 일의 기쁨과 슬픔
알랭 드 보통 지음 / 정영목 옮김 / 이레 펴냄

처음 책의 제목을 봤을 때 이건 내가 읽어야 할 책이야 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면 책의 제목에 완전히 공감과 동감을 통째로 느끼면서
(아니 책구경도 못한 상태에서 말이다) 이 책을 구입했다.
그리고 아직껏 목차와 책 안에 담겨있는 일터의 풍경과 사람들을 보면서,
책만 만지작 만지막 거리면서 떠나야지 떠나야지 그러고 있다.
책표지, 갈라진 땅위에 선명하게 놓여 있는 갈색가방을 들고 세상의 일하는
사람들이 들려주는(보통씨가 이야기하는) 일의 기쁨과 슬픔에 기꺼이 동참하기 위해서..
이런 책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안과 힘이 되는 요즘이다. 


6.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
다니엘 에버렛 지음 / 윤영삼 옮김 / 꾸리에 펴냄

알라딘에서 검색을 하다가 발견한 책, 이제 막 책과 첫 인사를 하고 난 뒤라 책 속지의 소개글을 요약해 옮겨보면 신학교에서 해외선교사 학위를 받은 에버렛이 선교사 훈련을 받기위해 멕시코의 정글로 파견되지만 그는 원주민들의 삶과 문화, 언어에 대한 현장연구를 진행하며 기독교 선교사에서 무신론자로 극적인 전환을 경험하게 되고 그 후 30여년간 아마존 탐험이 계속된다.
이 책은 그 탐험의 보고서라고 할 수 있는데 영화 '미션' 에서 봤던 흡사한 풍경들과 원주민들의 모습에 벌써부터 친근감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이 책 읽다가 잠들 일은 없을 듯 하다.  안 그러면 뱀에 물릴테니까 ^^;





이 책들 중 한 두 권 정도는 조만간 따로 리뷰를 올리고 싶은데 말이죠..
장담할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내안의 필름 2009. 9. 10. 23:54

디스이즈잉글랜드, 타인의 삶, 빵과 장미



재밌게 봤으나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지면서 아픔같은것이 자리 잡는다. 1983년 영국의 초등학생 션이 열두살의 해를 지나며 커가는 성장영화라고 말 할 수 있겠다. 한편으론 그 시대가 가지고 있던 치부들, 이를테면 스킨헤드와 민족주의의 어두운 면을 표출하면서 그것이야 말로 잉글랜드의 진짜모습이었노라고 이야기한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그렇다고 아빠 없이 힘겹게 살아가는 엄마에게 어리광을 부릴 처지도 아닌 션은 어느날 동네의 형아들, 우디와 그의 패거리를 만나게 된다. 한참이나 어린 그를 우디는 호의를 가지고 받아준다. 그들과 어울리며 전쟁놀이를 하고 스킨헤드처럼 머리를 밀고 연상의 누나와 키스도 경험하면서 션은 아빠가 돌아가신 이후로 가장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스킨헤드족을 지향한다고는 하지만 우디의 패거리들은 스킨헤드를 하나의 패션정도로 여겼을 뿐이다. 그런데 우디의 친구인 콤보가 감옥생활을 마치고 그룹에 합세하면서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게 돌변한다. 그는 인종차별주의가 가장 현실적이라고 여기고 민족주의가 애국주의라면서 우디의 맴버들에게 누구를 따를것인지 선택을 강요한다. 션에겐 아킬레스건이나 다름없는 전쟁에서 전사한 아빠의 명예를 운운하며 어린 그의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뭐가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션은 아빠를 영웅이라고 하는 콤보의 곁에 남게된다. 그러나 콤보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되고 급기야는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폭력과 비극을 목격하게 된다.  급류에 휩쓸려 갈 듯 하던 열두살의 그 해 여름방학.., 이제 막 빠져나온 션에게 엄마는 괜찮냐고 물어본다. 션은 고개을 끄덕인다. 그리고 혼자서 찾은 바닷가 해변, 빨강색 십자가 그려진 잉글랜드의 국기를 허공을 향해 던져버린다.



(8월 31일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관람, 백두대간의 마지막 상영작)



뜨겁게 달궈졌던 눈물샘이 마지막 장면에서 터지고야 말았던
드라이만의 소설 첫 장에 헌정된 이 문구
 
HGWXX/7
gewidmet,
in Dankbarkeit

왜 사람들이 <타인의 삶>을 이야기하는지 이제서야 알고 말았지만 영화의 첫 장면부터 엔딩 크레딧이 끝까지 올라갈때까지 정말 한 순간도 정신을 놓을 수 없었다. 흥미진진하고 재밌고 감동적이기까지하다.  아무래도 난 독일영화 팬이 되버릴 것 같다. <파니 핑크><굿바이 레닌><사랑후에 남겨진 것들>에 이어 <타인의 삶>까지..  동독의 비밀경찰 비즐러가 드라이만과 트리스타의 삶을 감시하고 도청하면서 서서히 변화하는 과정들, 브레이트의 詩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는 그 시점에서 6-7년이 지난 후 자기에게 헌정한 드라이만의 소설책을 사면서 엷게 웃음짓는 장면까지, 비즐러가 살았던 '타인의 삶'은 이제 온전히 자신의 삶이 되버렸다.


(9월 4일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관람)




<칼라 송>과 <레이디버드 레이디버드>에 이어 3번째로 보는 켄 로치의 영화다.  그의 영화들은 제3세계나 사회의 비주류층 사람들의 삶에 대한 성찰과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교훈적이라든가 어떤 희망을 보여주지는 않는듯 싶다. 2000년작인 <빵과 장미>역시 그 연장 선상에 있다고 말 할 수 있다. 영화는 담요속에 숨어서 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들어온 마야가 언니의 도움으로 로스 엔젤레스의 환경미화원 청소부로 일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생존권(빵)과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하며 살 권리(장미)에 대한 투쟁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빡빡하고 고단한 이야기만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불법이민자로서 살아가지만 마야는 천성적으로 밝고 자존심이 강하며 유머감각이 있는 여성이다. 포스터의 광고문구처럼 어느날 그녀의 휴지통안으로 들어온 남자, 샘은 노동운동가인데 매우 열정적이지만 한편으론 싱거워보이는 면도 있고 솔직히 목숨을 걸고 사생결단하듯 그렇게 싸우는 스타일은 아닌듯 싶다. 그는 조직적으로 착취당하고 부당하게 대우받는 환경미화원들에게 노동과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찾을 것을 주장하지만 선뜻 이주노동자들과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지는 못한다. 시급 5달러짜리 환경미화원 자리를 뺏기면 그대로 막다른 골목으로 몰릴게 뻔한 그들과 연봉 수천달러를 받는 샘과는 사회적 괴리가 있을 수 밖에 없지만  마야는 그런 이유때문에 샘의 진심을 의심하지 않는다. 함께 토론하고 고민하면서 마야는 점점 노조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엔젤 컴퍼니쪽에선 10여년 경력을 가진 미화원을 회유해서 주동자를 색출하려고 하지만 실패하자 그녀를 비롯한 미화원전원을 해고시킨다. 해고된 사람들과 샘 마야는 단결해서 전원복직과 의료보험을 비롯한 노조결성을 위한 시위를 시작하고 그들은 마침내 승리를 거두게 된다. 하지만 이제 모두가 희망을 걸어 볼 만하다고 생각할 그 시점에서 마야는 절도죄(친구의 대학 등록금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지른)로 검거되어 그녀가 넘어온 멕시코 국경으로 추방된다.

 

(9월 6일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관람)



*
8월말에서 9월 초로 이어지던 일주일은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다른 일을 시작하기 전에 가진 휴식기간이나 다름없었다. 여름의 끝에 찾아온 휴가처럼 친구도 만나고 보고 싶은 영화도 보고 빈둥거리면서 지냈다.  덕분에 그동안 보고 싶었던 영화 3편을 내리 볼 수 있었다. 이런 시간이 또 언제쯤 찾아올런지..

밤이 낮에게 2009. 8. 28. 23:45

여름의 끝에서


오늘부터 8월 말까지 하나씩..


1.
퇴근길의 지하철 안이었다. 나는 서 있었고 언제쯤 자리가 나려나 하는 생각을 하며 무심히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내가 서 있던 자리 앞 옆에 앉아 있는 여자가 눈에 들어 왔다. 놀랍게도 그 여자는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검은색 가방에서 바느질 꾸러미를 내놓고 아주 천천히 공을 들여서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여자가 열중해서 만드는 건 아기 옷이었다. 처음엔 배내옷인가 했는데 옷의 중심을 잡으려고 펼쳤을 때 보니 가운과 비슷한 겉옷 같았다. 겨우 큰 손수건 2장 정도 크기의 곰돌이 모티브가 들어간 면 가운, 여자는 아기의 목과 피부가 닿을 가장자리 부분을 안쪽으로 두 겹씩 접고 그 접힌 부분이 흩으러지지 않도록 옷 핀으로 조심스럽게 고정시킨 후 바늘에 실을 꿰어서 한 땀 한 땀 시침질을 하고 있었다. 그 일련의 과정들은 매우 천천히 이루어졌는데 여자의 바느질 솜씨가 뛰어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자태안에서 우러나오는 조용한 집중력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도 남는 것이었다. 잠시동안이었지만 바늘을 놀리는 그녀의 손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 사이 서너 정거장이 지나가고 여자는 바느질을 멈추더니 주섬주섬 꾸러미에 옷가지를 넣고 가방을 들고 지하철 안을 빠져 나갔다.  (8.28)


 

2.
오늘 하루종일 집에 있는 LP레코드판 목록을 정리했다. 클래식은 작곡가와 곡명 연주자와 오케스트라 레이블까지 옮기다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렸다. 작곡가는 바하와 베토벤 모짜르트 쇼팽 슈만 슈베르트순으로 많은 것 같고 교향곡보다는 협주곡이나 실내악에 편중되어있다. 연주자중엔 피에르 푸르니에 와 정경화, 안느 소피 무터,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마르타 아르게리히,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에밀 길레스,요요마 등의 이름이 꽤 있었고 카라얀 시절의 베를린 필 하모니와 다니엘 바렌보임의 시카고 교향악단과의 협연, 보자르 트리오와 아마데우스 콰르테의 연주가 눈에 띈다. 레이블은 도이취그라모폰과 필립스, 엔젤, 데카, RCA등이 압도적이다. 나머지는  pop과 영화음악, 가요와 실내악순이다. <아마데우스><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미션><라붐>을 비롯해서 <동물원><이승환><김민기><한동준>의 앨범들, 심지어 난 이름조차 첨 들어보는 '김익호의 애수의 테너 쎅스무드'(^^;) 라는 판도 있었다. 조지 마이클이 솔로로 데뷔하기 전 활동했던 듀오,<wham>의 앨범도 보인다. 한마디로 올드한 LP컬렉션이다.  8월 한 달 주말마다 작업을 했는데 이제 오늘로서 마무리가 된 셈이다. 이렇게해서 아빠가 남긴 클래식을 비롯한 총 600여장의 레코드가 엑셀파일로 저장되었다. 비로서 한 가지 과제물을 끝냈다. (8.29)


 

3.
일요일은 늘 조금 더 늦잠을 자고 거의 아침겸 점심을 먹는다. 꿈도 가끔씩 꾸는데 오늘 아침나절엔 희안한 꿈을 꾸었다. 꿈이 완전 4차원이다. 기억나는 장면 하나를 묘사하면 이렇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난 긴 복도를 지나 겨우 몸 하나 빠져나갈 수 있을 듯한 창문 앞에 다다랗다. 그 곳에서 나가야하는데 다른 방도는 없고 창문에서 뛰어 내려야 한다. 완전히 네모난 유리창인데 밖을 내다보니 아득할 정도의 높이이다. 그런데 난 별로 무서워하지도 않고 뛰어 내린다. 몸이 허공을 가르고 수직으로 떨어지는 느낌- 꿈이었지만 실제같았다- 이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는데 순간 무엇인가 내 몸을 바치면서 그 안으로 안전하게 착지한다. 사람들이 커다란 방수포같은 걸 들고 날 받아 준것이다. 등으로 바쳐주는 어떤 손길이 느껴졌다. 그런데 내가 도착한 곳은 지상이 아니라 수십미터 위에 떠 있는 어떤 도시의 내부였다. ... 3D 입체영화를 봐도 이런 느낌이 들까?  (8.30)


 

4.
8월의 마지막날, 낮에 잠시 시간을 내서 씨네큐브에 들렸다. 오늘은 이곳이 고별인사를 하는 날, 백두대간의 마지막 상영작은 <디스 이즈 잉글랜드>다. 낮 2시 25분 걸 봤다. 영화관 안은  꽤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이겠지만 마지막 자취를 담기 위해 일부러 들린 이들도 있는 듯 했다. 한 쪽에선 9월1일부터 아흐레간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열리는 <큐브 베스트10 영화제>에 대한 행사가 있었고 씨네큐브 홈페이지 게시판에 고별의 아쉬움을 남긴 이들을 추첨해서 '타인의 취향' 무료상영을 하고 있었다. 한편 그동안 씨네큐브에서 상영한 영화의 필름을 통째로 갖다 놓고 마음에 드는 걸 골라서 잘라 가는 행사도 있었다. 나도 그 중 몇 장을 골라왔다. 그 중 하나가 '박쥐'에서 드라큘라가 된 상현이 맨발의 태주를 살짝 들어올려서 신발을 신키는 장면이다. 즉석에서 폰카로 몇 컷 찍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받았던 생일축하의 문자들  ^^ ;
이렇게해서 하루가 또 지나간다. 평범했지만 또 특별하기도 했던 8월 31일, 그런대로 기억에 남을 생일날이었던 것 같다. (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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